민간 소각열 ‘재활용 지위’ 무산되나
폐기물관리법개정안 폐기 눈앞 … 민간시설 활용 폐기물순환이용 촉진 필요
가연성폐기물을 태워 회수한 열에너지를 재활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주환 의원(국민의힘·부산연제구)이 대표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에는 △폐기물 소각을 통해 에너지를 50% 이상 회수한 경우 이를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규정 신설을 담고 있다. 즉 가연성폐기물을 활용해 50% 이상 에너지를 회수하는 소각시설은 재활용 시설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순환경제사회로의 이행이 중요한 시점에 매립을 최소화하고 폐자원에너지 회수 활동을 장려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가연성 고형폐기물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하는 활동(에너지 회수효율 75% 이상의 소각열에너지 회수 포함) △폐기물을 에너지로 회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활동 △폐기물을 시멘트소성로 등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활동을 ‘재활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소각열에너지 회수가 재활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확대해 소각시설의 적극적인 소각열에너지 회수 활동을 장려하면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각열에너지는 스팀이나 전기 난방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개정안 발의 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사실상 폐지될 운명이다.
개정안의 에너지 회수효율 확대는 기존 민간소각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65개 가량의 민간소각장의 에너지 회수효율은 40~60%에 머물러 있다.
2025년 이후 생활폐기물(종량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된다. 소각시설 확충도 쉽지 않다. 특히 재활용이 불가능한 가연성폐기물은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가 현실적인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회수효율을 70%에서 50%로 낮춰 재활용 지위를 인정하면 민간소각시설의 에너지 회수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은 “탄소감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소각열에너지의 재활용 인정은 폐기물로부터 에너지 회수율을 높이고 산업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제조합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민간소각시설에서 생산·공급한 소각열에너지는 6704만7000Gcal(기가칼로리), 온실가스 감축량은 1687만1000톤에 이른다. 이는 153만3727ha가 넘는 30년생 소나무숲을 조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면적(605.21㎢)의 25배가 넘는 소나무 숲을 조성한 것과 같다.
소각열에너지 중 하나인 스팀의 원유대체량도 3431만배럴(bbl)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공사, 열병합발전소, 제조업체 등은 자체적으로 스팀을 생산할 경우 시설 투자비·운영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소각전문시설의 소각열에너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스팀을 공급받으면서 투자비·운영비 등을 크게 줄인다.
향후 소각열에너지의 생산량과 온실가스 감축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월 12일부터 반입 폐기물의 불연물 사전 선별과 재위탁이 가능해져서다. 민간소각시설과 소각열에너지의 재활용 지위 인정이 시급한 이유다.
김 이사장은 “정부와 국회는 재생에너지 회수 촉진을 장려하는 만큼 소각열에너지를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