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종교인·상인도 ‘탄소중립’ 한목소리
동대문구 실천공동체 ‘탄소 톡스’ 출범
기후위기 극복에 33개 기관·단체 동참
“난 꿈이 있어요~ / 난 생수병도 될 수 있고 / 난 예쁜 옷도 될 수 있고 / 또 멋진 가방도 될 수 있어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동화어린이집 원아들이 용두동 동대문구청 대강당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이 평소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꼬물꼬물 율동과 함께 선보이자 강당을 메운 500여쌍의 눈동자가 무대로 쏠린다. 아이들은 환경동요 ‘플라스틱 병의 꿈’을 부르며 기성세대를 향해 “우리가 함께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호소했다. 라벨을 제거하고 투명페트병과 색깔 병을 따로 배출하는 분리수거에 동참해달라는 이야기다.
9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어린이집 원아들을 비롯해 학생 회사원 시장상인 주민자치위원 등 전 주민과 함께 탄소중립 실천문화 확산에 나선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탄소 톡스(talks) 동대문’이 중심 역할을 한다. ‘주민 손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에서 이름붙인 실천 공동체다.
발대식에 이어 이달부터는 분과별로 실천사항을 발굴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구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부터 생소한 주민들이 많다”며 “탄소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생활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는 앞서 지난해 2월 ‘탄소중립 도시’라는 지향점을 선언하고 그해 8월에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열었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지원할 전문적·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손을 잡았다. 12월에는 환경부 주관 탄소중립 공모사업에서 탄소중립 예비도시로 선정됐다.
올해 탄소중립 도시 지정을 앞두고 ‘탄소 톡스’ 역할이 크다. 구는 주제별 모임 대신 주민자치회 전통시장 기업 공동주택 교육기관 종교단체 봉제업체 등 활동 영역별로 10개 분과를 꾸렸다. 현재까지 33개 기관·단체가 동참했고 추가 합류도 가능하다. 활동을 희망하는 개별 주민도 신청을 받아 희망하는 분과와 연계한다.
이미 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곳들이라 단위별 특색 있는 목표가 나올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관 구성원은 물론 이용자까지 함께하기로 한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도 그 중 하나다. 여타 종이류와 비교해 재활용률이 20% 수준이 안되는 우유팩을 매달 500㎏ 이상씩 회수하면서 이를 통해 노인과 경계선 지능인(느린 학습자) 일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태임 이웃돌봄팀장은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줘 고무적”이라며 “톡스에 참여한 기관·단체마다 필요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협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움직임에 공무원들도 힘을 보탠다. 구는 부서별로 탄소중립 이행관을 임명해 ‘종이 없는 사무실’ ‘1회용품 없는 행사’ 등 실천방안을 발굴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난 탄소 톡스 발대식에서도 친환경 소재 현수막 제작, 1회용품 사용 최소화 등 저탄소·친환경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당일 행사에서 선보인 붓글씨 작품도 구청 1층에 전시해 재사용한다. 커피 찌꺼기 재활용을 위한 전용 수거봉투 제작, 봉제업체와 함께하는 폐원단 조각 재활용, 탄소중립 건축문화 조성을 위한 제로에너지 빌딩 업무협약 등 각 부서 업무에서도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아이들 노래처럼 탄소중립을 생활화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주민들 참여와 열정으로 내 삶, 아이 삶을 변화시키는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