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저자 77% “지구온도 최소 2.5℃ 상승”
6%만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제한 가능 … 암울한 미래에도 각국 정부 적극적 조치 기대 미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주요 저자 및 편집자 380명 중 약 77%가 이번 세기 안에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최소 2.5℃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단 6%만이 국제사회의 장기 공동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이하 억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 시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IPCC 보고서 주요 저자와 편집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가디언이 2018년부터 IPCC 보고서의 연락 가능한 모든 주요 저자와 편집자 840여명에게 질문을 던졌고, 380명이 응답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정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번 세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최소 3℃ 이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미 발생한 것보다 훨씬 더 강도와 빈도가 높은 폭염 산불 홍수 폭풍으로 인해 기근이나 분쟁, 대량 이주가 발생하는 암울한 미래를 예상했다. 또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절망감과 분노 등을 느낀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가 지구온도 상승폭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조치를 취할 걸로 기대하는 IPCC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대학의 그레타 페클(Gretta Pecl)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안에 우리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식량 생산이 중단되는 등 미래에 대해 이보다 더 큰 절망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2021년에도 확인된 바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21년 IPCC 6차 기후과학보고서(실무그룹 1)에 참여한 저자 233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답한 92명 가운데 60%는 ‘2100년까지 전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 상승한다’고 생각했다. 전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0℃로 제한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20%였다. 1.5℃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는 4%에 불과했다.
IPCC는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과학자들이 전세계 최신 기후변화 연구를 평가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한다. IPCC가 발표하는 보고서는 각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쓰인다.
많은 기후 관련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미 1.5℃ 이상 상승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WMO는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전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45℃ 높았으며, 174년 만에 가장 따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