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이용영향평가 제도발전에 거는 기대

2024-05-10 13:00:02 게재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우리나라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운송 수산 산업 관광 거주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 및 해수면상승을 대비하기 위한 연안정비사업,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로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탄소포집·저장(CCS) 장치 설치 등 바다의 이용 범위가 하루가 다르게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바다를 이용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바다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바다이용 노력

바다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 및 개발행위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저감 대책을 세우도록 강구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해양이용영향평가 제도는 지난 2007년 해양환경관리법이 도입된 후 고도화 되었고, 올해 1월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해양이용영향평가법은 사업 특성에 따라 평가항목을 사전에 조정하는 절차(스코핑)를 도입해 모든 평가항목을 형식적으로 채우는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예를 들어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골재사업의 경우, 부유사 발생량이나 저서생태계의 변화와 관련된 항목을 더 철저히 살펴보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해양환경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향상하기 위해 평가대행자 선정 위탁이라는 개념도 도입됐다. 이는 해양환경 분야 전문 기관이 사업자를 대신해 해양환경 조사·분석기관을 선정하고 평가서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제도로, 사업자와 평가대행자의 유착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육상에서의 환경영향평가제도조차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한 이러한 제도가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제시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국민적 공감을 이끄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기술 활용한 평가

바야흐로 현대는 기술 집약의 시대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무인선박 무인비행체 무인잠수정 등의 무인기와 실시간 관측부이 등 첨단 관측기기로 해양에서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래의 해양이용영향평가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통한 해양환경 및 생태계 변화 예측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해양환경공단은 2021년부터 ‘과학기술 기반 해역이용영향평가 기술개발’에 참여해 해양환경 변화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기술 개발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으로 마련한 제도적 기반에 과학적 평가기술이 접목된다면 향후 바다이용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828년,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당시의 우리바다는 먹거리를 구하고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는 활동을 주로 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2024년의 우리바다는 해양이용을 위한 협의 및 평가 수요가 연간 3000여건에 달하는 복잡다단한 공간이다. 우리바다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을 위한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이 100년, 500년 후의 바다의 날에도 건강한 해양생태계가 유지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