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전, 커지는 생물자원 관련 산업 경쟁력
분절적 연구 한계 벗어나야
생태모방기술 관심도 높아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목표 달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국가 지표를 만들 계획이다. 한 종의 손실은 다른 종은 물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국제 협력은 필수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3회 생물다양성 국제회의’에서 조지아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인 코카서스산맥 주위에 있는 조지아는 생물다양성 집중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종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강재신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총괄과장은 “생물다양성은 연결되어 있으며, 한 국가만이 잘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물다양성 보전이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지쳤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기업들이 어떤 유전자원이 있는지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쿤밍-몬트리올 GBF가 채택됐다. 쿤밍-몬트리올 GBF의 특징은 국제 이행·점검 체계가 강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생물다양성을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유전자원 이용으로 얻은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생물소재 활용 위해 종목록은 기본 = 유전자원(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치를 가진 유전물질) 혹은 생물자원(인류를 위해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사용되거나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생물체 등)에 대한 주권 확립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새롭게 떠오르는 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바이오산업 세계 시장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자원을 소재로 활용하는 바이오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5837억달러에서 2027년 9113억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할 전망이다.
생물자원을 기업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이 있는지부터 아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국가생물종목록은 6만여종(2023년)다. 국내 서식 추정 종은 약 10만종이다. 국가야생생물소재은행에서는 생물소재 26만7510점(2023년 12월 31일 기준)을 확보했으며, 이들 정보는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에게 분양 가능하다.
24일 권오석 국제장기생태연구네크워크 동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장(경북대 교수)은 “생물자원 연구는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통합적인 접근은 필수”라며 “생물자원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큰 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짠 뒤 중장기적으로 지역별 혹은 주제별로 나눠서 담당을 하도록 해야지 각 부처별 혹은 기관별로 열심히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은 걸음마 단계 = 생물자원과 함께 생태모방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생태모방이란 진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한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뿐만 아니라 시스템, 메커니즘까지 모방·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생태모방기술의 대표적인 예로는 이른바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를 들 수 있다. 열매에 갈고리 모양의 가시와 짧은 털이 있어 다른 곳에 잘 붙는 도꼬마리를 모방해 만들었다. 태양열 전지판은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모방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FBEI는 2030년까지 생태모방 관련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약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생태모방 기술은 순환경제로 전환 속도를 앞당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립생태원의 ‘생태모방의 시장과 정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태모방 시장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초점을 둔 해결책을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생태모방기술 컨설팅 전문기관(Mana Research Inc.)과 국립생태원이 협업해 미국 독일 한국의 생태모방기술 시장 동향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주로 산업 파트너의 특정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산업과 학계의 파트너십에 의해 생태모방기술 시장이 주도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혁신 기술들이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중점을 둔 해결책을 촉진하기보다는 반도체 배터리 로봇공학 인공지능 분야에 무게중심이 실려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