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 개 보호소 철거명령 ‘정당’
서울고법 “법 테두리 지켜야”
인천 계양산에 설치된 개 보호소가 곧 사라질 전망이다. 30년 가까이 식용으로 길러진 도사견들이 시민들의 노력으로 보호견이 돼 입양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철거 명령은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1심은 동물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봤지만, 2심은 무허가 건축물이라며 이를 뒤집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박소연 전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와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시민모임)이 인천 계양구청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이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계양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박 전 대표는 2020년 7월 계양구의 개발제한구역에서 30년 가까이 무허가 개 사육장을 운영하던 A씨와 ‘육견사업을 포기하고 사육견을 입양 보내는 데 협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개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그해 9월 설립된 시민모임은 사육용 뜬장을 철거하고 대신 개를 치료·입양하는 보호소로 운영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한 계양구청은 같은 해 12월 박 전 대표와 시민모임에 “토지의 형질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등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했다”며 자진정비(철거)를 지시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듬해 2월에는 가축분뇨법 위반을 이유로 시설 사용금지 명령도 내렸다. 이에 박 전 대표와 시민모임은 구청의 처분에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해당 보호소의 설치 형태·범위는 고통스런 사육 시설에서 보호시설로 변형한 것”이라며 “개들을 치료하고 중성화 수술을 했으며 배설물을 하자 없이 처리하는 등 토지 훼손·피해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소 운영을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으로 보더라도 구청의 처분은 동물보호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들에 대한 구조·보호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민모임이 달리 취할 수 있었을 방법도 없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동물보호센터 설치에 대해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시민모임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표에 대한 처분은 1심과 같이 위법하다고 봤다.
2심은 “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적 활동이라 해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상당한 소음과 분진, 악취 등이 발생하고 있고 많은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민단체가 특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 보호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으나, 개발제한구역과 가축분뇨의 적정한 유지와 관리 역시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전이 성사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