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 발표 논란
어렵게 내딘 첫발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시험대에 오른 김완섭 환경부 장관
속도전 금물, 절차 정당성 확보 필수
어렵게 내딘 첫발부터 논란이다.
환경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권역별로 △한강 권역 4곳 △낙동강 권역 6곳 △금강 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 권역 3곳이다. 용도별로는 △다목적댐 3곳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댐 7곳이다. 이른바 ‘기후대응댐’이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을 통해 댐별로 한번에 80~220mm 비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후대응댐을 통해 새롭게 공급되는 물은 연간 2억5000만톤으로 이는 시민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댐은 찬반양론이 심한 정책 중 하나다. 4대강사업처럼 정권에 따라 입장이 달라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탓에 정책 신뢰도가 높지 않다.
이번에도 2018년 9월 문재인정부 시절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한 뒤 정권이 바뀌자 철회했다. 지난해 국제대댐위원회 댐 등록순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번째로 댐이 많은 나라다.
환경부는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환경부는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마련 시 댐 건설로 인해 상수원 규제가 추가되지 않거나 꼭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화되도록 했다”며 “수몰로 인한 이주 가구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규모가 큰 수입천 다목적댐(강원 양구)의 경우 수몰되는 민간 가옥이 전혀 없고 댐 건설로 인한 상수원 보호구역 등 규제도 없도록 했다”며 “8월부터 지역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분들의 궁금한 점과 우려사항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는 한편, 관계 기관과도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와 야당 반발, 엇갈리는 지자체 반응 = 환경부는 지속적인 소통과 지역의 자발성을 강조했지만 당장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환경부의 기후문맹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수 비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댐이 아닌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하천이 넘치는 문제는 제방을 강화하고 산사태 피해는 방지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 침수는 하수관로를 개선해야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다”며 “댐으로 막을 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반응은 엇갈린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신규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뒤 지자체 신청을 받았다. 막판까지 지자체들의 신청이 잇달아 초기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쳤어도 반발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홍수조절 목적으로 지어지는 곳 외에 다목적댐이나 용수전용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정한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충북 단양군은 “단양천댐은 환경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산업용수 수급 등에 문제가 없고 추후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모아서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청도군 관계자는 “지난 4월 환경부 회의에 참석해 댐건설 추진 내용을 알았으나 그동안 진행과정은 몰랐다”며 “환경부가 운문댐 안쪽 상류에 갈수기에 대비해 물을 저장하는 소규모 댐을 만드는 것으로 전해 들었고 청도군으로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들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양군과 화순군 등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추후에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경남도 김천시 예천군 삼척시 순천시 등은 환경부의 이번 정책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댐 건설은 10여년 정도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중장기 계획”이라며 “의사결정 법적 절차를 최대한 지키면서 무리하지 않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선수가 심판 본다는 비판은 어떻게? = 주민 수용성 외에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당장 물 정책 스텝이 꼬였다. 문재인정부 시절 통합물관리가 이뤄지면서 국토교통부의 수량 기능이 환경부로 넘어왔다. 물은 흐르기 때문에 수질과 수량을 분절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덩달아 수질 중심으로 물 정책 체계가 전환하면서 댐건설 종결도 함께 이뤄졌다.
통합물관리는 유역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관리함으로써 효율성 공평성 지속가능성 측면의 상승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유역단위로 물을 관리하는 것이다. 물위기 및 물안보 측면에서 물문제 극복을 위해 1992년 영국 더블린 선언과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물관리 체계로 등장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에 댐 건설 정책이 재개되면서 여러 가지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댐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환경부는 선수가 심판을 보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30일 환경부 관계자는 “통합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세 낭비 비판, 물 재정자립화 구축 고민 필요 =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을 발표한 김 장관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출신으로 예산· 재정 전문가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물 관련 재정구조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도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직성 지출(복지지출)증가 등 국가 재정여건 악화의 영향 등으로 물 관련 재정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물 분야 재정자립화 체계구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 의원은 “내년 준공예정인 원주천댐은 총저수용량이 180만㎥이며 총사업비는 688억원(원주천댐 건설사업 기본계획고시 2019. 6.13. 강원도)”이라며 “이것만 봐도 기후대응댐에 예산 수십조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무의미한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댐은 목적에 따라 경제성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경우 물값 등으로 충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홍수조절이나 하천유지용수가 목적이라면 수익성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김 장관은 “국가가 경제성과 관계없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물을 물 쓰듯 쓰는 관행을 없앨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영 윤여운 곽태영 방국진 최세호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