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선진 숭실대 경영학부

2024-07-31 11:53:23 게재

탐구의 여왕, 경영 컨설턴트를 꿈꾸다

선진씨의 학생부를 보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찌감치 ‘경영’에 뜻을 정했던 덕분에 크고 작은 활동을 모두 이와 촘촘히 엮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 속담은 ‘선택 과목과 탐구 활동이 서말이라도 엮여야 수시 합격’으로 바뀌었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김선진 | 숭실대 경영학부(경기 상록고)

김선진 | 숭실대 경영학부(경기 상록고)

사진 배지은

중학교 때까지 희망 진로가 없던 선진씨에게 꿈의 실마리를 찾게 해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었다. 비윤리적인 기업과 연구원 그리고 이를 방치한 정부가 만든 비극이었다.

“어느 한 사람이나 한 기업이 윤리적으로 행동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린 저에겐 꽤 충격인 사건이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보니 중심에 기업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기업 윤리에 관심이 생겼어요.”

‘청렴하고 투명한 기업 경영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커다란 테두리는 정해졌지만 경영 컨설턴트라는 구체적인 나무를 심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고1~2 때는 회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재무제표를 보면 기업으로 들고나는 돈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비윤리적인 활동을 회계라는 도구로 감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후 조치에 가깝더라고요.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반에 걸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올바른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컨설턴트가 더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수업+경영’ 접목한 탐구로 기업 이해↑

심을 나무가 정해졌으니 남은 건 실행뿐. 다행히 고1 때부터 학생부에 회계와 세무 등 경영 전반에 관한 탐구 활동을 꾸준히 채웠기에 고3부터는 경영 컨설턴트라는 목표로 조금 더 땅을 깊게 파기로 했다. 평소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해서 탐구하는, 즉 디깅(digging)하는 습관이 있었기에 그리 어렵진 않았다. 탐구 주제는 주로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분야를 경영과 접목시켰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학교의 수업 방식부터 전 세계인의 일상까지 광범위하게 바뀌었잖아요. 저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인문 계열 학생이 잘 선택하지 않는 <생명과학Ⅱ>를 선택해 백신 개발 등을 바이오 산업과 연관해 심화된 탐구 활동을 해보자 싶었어요.”

가능한 한 다양한 과목에 경영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사회·문화>에서 빛을 발했다. 사회의 인구 계층이 바뀌면 기업의 경영 방식과 소비자의 소비 패턴도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업에서 직원의 수평·수직 이동에 따른 근무 능률 변화를 탐구했더니 인사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진로선택 과목인 <사회문제탐구>에선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과 이윤 증대의 연관성’을 탐구했는데 특히 면접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가상의 기업 두 곳을 정해 이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소개하기 전과 후에 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어요. 확실히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사회 공헌 활동을 한 기업의 제품 구매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거나 비윤리적인 활동을 한 기업의 제품은 불매하겠다고 답하더라고요. 면접 때 이 경험을 말했는데 면접관님이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고등학교 3년 내내 활약한 도서부 활동은 “책을 좋아하려고 노력하기 위해” 선택했다. 빡빡한 학업으로 긴장한 몸과 마음을 푸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수시를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했다. 다양한 독서 경험을 희망 진로와 엮어 두 가지를 함께 내세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면접에서 식상한 지원 동기를 피할 수 있었다.

면접 두렵다면 친구와 연습 ‘강추’

선진씨는 숭실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했고 나머지는 전부 학생부교과전형을 선택했다. 숭실대의 전형 1단계는 서류 100%, 2단계에서 면접 비중이 30%였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없어서 면접에 자신 있는 선진씨한테 제격이었다.

“말하기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꿈이 확실해서 제가 부족한 점을 면접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고3 9월 모의고사 때 숭실대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채우지 못해 불안하기도 했고요.”

나를 알고 남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남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면접도 빈틈없이 대비했기 때문에 이 전략은 통했다. 면접을 두려워하는 후배에게 선진씨는 모의 면접과 면접 스터디를 추천했다.

“면접 준비를 함께 한 친구의 피드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친구의 면접을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잘 알지 못하는 친구 앞에서도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도 됐어요.”

열망하던 경영학도가 된 지 반 학기가 지난 지금, 선진씨의 꿈은 한층 더 진화했다. 궁금했던 회계 수업은 매우 만족스럽고, 경영 전략을 세우는 학술 소모임은 앞으로의 진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이쯤에서 선진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이 궁금해졌다.

“우선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아야겠죠. 요즘은 많은 소비자가 ESG 경영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요. 비윤리적인 기업의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도 그때뿐 아니냐고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기업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지 않을까요? 대학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 앞으로 소비자가 신뢰하는 기업, 작은 규모라도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기업을 위한 경영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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