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진퇴양난 … 합리적 대안 마련해야
학부모 설득 필요
자사고폐지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오후2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부모들과 대화에서 강한 항의를 받았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장단 및 회원들은 '자사고폐지 결사반대' 어깨띠를 두르고 조 교육감이 내민 손을 거부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를 손대지 말고 일반고를 고치면 행복한 학교가 될 것" 이라며 "서울에 특수목적고(특목고) 20개, 특성화고 71개가 있는데 이들은 놔두고, 자사고 25개만 죽이려는 이유가 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조 교육감은 "개혁에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개인과 집단의 피해가 크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사고 폐지는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고 일반고 전성시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선거 공약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정책을 개인입장보다 사회전체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해달라며 자사고재평가와 지정 취소, 면접권 박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서울자사고 총동창회연합회도 서울 중구 배대학당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고교 중 자사고는 2.1%에 불과한데,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죽는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감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연합회 측은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이 새롭게 도입한 기준으로 평가해 재지정을 취소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힐 계획이다.
◆ 자사고벽 넘을 '묘수' 내놔야 = 자사고를 지키겠다는 여론과 움직임은 서울과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진보교육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연일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포문을 열고 있다. 조 교육감이 새로운 기준을 잣대로 들이대며 재지정을 취소한다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개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평가 결과를 2016학년도에 적용하기로 유보했지만, 자사고 학부모들의 항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공공성을 강화한 새로운 평가기준 마련에 들어가며 당근과 채찍을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선발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재평가 이전에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5년 동안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자사고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도 내년 3월 인천 송도에 개교하는 자사고인 인천포스코고에 전임 교육감이 약속했던 지원금 40억원을 주지 않기로 결정해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 동산고에 대해 '재평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해 경기도 역시 자사고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운영이 어려운 자사고들은 '울고 싶은데 뺨때려주는 꼴'이라며 내심 잘됐다는 분위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단체가 조사한 전국 자사고 25개 가운데 68%가 교육부의 재지정 요건에 미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3가지 이상 기준에 못 미친 자사고가 17곳이나 됐다. 서울의 경우 14곳 중 9곳이 3가지 이상 기준에 미달해 자사고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자사고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국·영·수 위주 수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활용해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취지임에도 오히려 입시 위주의 획일성 교육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사고 25곳은 2년간 104억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자사고폐지를 주장하는 진보교육감들과 마찰도 예상된다. 일단 7월 말까지 전국 자사고 재지정 여부에 대해 시도교육청 입장을 취합해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신임 장관이 취임하고 나면 '자사고폐지'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한꺼번에 진도가 너무 나갔다. 존폐여부를 '제도적 관점'에서만 검토한 게 화근이 된 것 같다"며 "자사고폐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토론 등 학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