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사서들
전문성 살려 책 소개 팟캐스트 제작 … "청취자들이 추천도서 관심 갖고 읽었으면" 바람
"사서, 올바른 정보 제공하는 안내자"
사서들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중 대표적인 방송은 국회도서관 사서들이 만드는 '북소리 1번지'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방송은 어느새 17편이 제작됐다. '시로 아픔을 나누다', '여름휴가 추천도서'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정이현 편'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국회도서관만의 특색을 살려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을 방송으로 제작하거나 도종환, 노영민 의원 등 국회의원을 초대해 진행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 등 저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처음 방송을 해 보자는 의견을 제안한 사람은 황창화 관장이다. 평소 몇몇 팟캐스트를 즐겨 듣던 그는 사서들이 직접 방송을 만들어 이용자들과 소통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엄하다' '고루하다'고 고정돼 있는 사서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황 관광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전문가인 사서들이 올바른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사서들은 책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도 빨리 접하고 많이 안다"고 말했다.
노우진 기획관리관은 "방송은 도서관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서 "국내에는 사서들이 만드는 팟캐스트가 별로 없지만 미국의 경우, 의회도서관과 국립의학도서관 등에서 팟캐스트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다룬 '시로 아픔을 나누다'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사서들은 현재 16명. 원하는 사서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다들 열성적이다. 사실 방송을 만드는 일은, 즐겁게 하지 않으면 번거로운 작업의 연속. 30여분 분량의 방송을 제작하려면 주제와 책을 선정할 뿐 아니라 방송용 큐시트를 짜고 멘트를 써야 한다. 심지어 방송 초반엔 편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사서들이 직접 책을 보며 공부했다.
그러나 다들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북소리 1번지'의 장점. 3~4명이 모여 녹음을 하는 내내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황 관장은 "처음엔 녹음실이 없어 마이크 1개에 2명이 머리를 맞대고 녹음했다"면서 "다들 재미있어 해서 녹음을 하다가 이런저런 얘기가 더해져 30분을 훌쩍 넘겨 길어질 때도 있다"며 웃었다. 현재 국회도서관은 녹음실을 마련, 마이크 4개 등 간단한 녹음 시설을 갖췄다.
사서들이 방송에 재미를 붙인 데에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접하는 청취자와의 교감이 한 몫하고 있다. 어느 정도 방송이 쌓이다 보니 찾아와 듣는 고정 청취자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방송인 '시로 아픔을 나누다' 편은 청취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팟캐스트 포털사이트인 '팟빵'에서 보통 200~500위 정도를 하던 '북소리 1번지'는 당시 100위권에 진입했다.
'시와 음악 잘 들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기원합니다' '잘 들었어요. 진행하신 분들 목소리가 다 좋으시네요. 중간 중간 울컥하면서 들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 많이 만들어주세요'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이런 댓글이 방송을 하는 사서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황 관장은 "아마추어들이 만들기에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것이 팟캐스트의 매력"이라면서 "1년, 2년 팟캐스트가 쌓이면 하나의 괜찮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 읽어주는 사서' 팟캐스트도 인기
이 외 사서가 제작하는 대표적인 팟캐스트로 성남시 중원도서관 사서들이 만드는 '책 읽어주는 사서'가 있다. 3~5분 내외로 1권의 책을 선정, 책의 내용, 소개하는 이유 등을 들려준다. 2012년 초부터 시작, 현재까지 81편을 꾸준히 제작해 왔다. 방송 초기 '팟빵'에서 10위권에 진입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랜 방송 기간만큼 고정 청취자들도 꽤 있는 편. 경기에 거주하는 조수연씨는 "'책 읽어주는 사서' 팟캐스트가 좋아 구독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책 읽어주는 사서'를 통해 중원도서관을 알게 된 이들도 상당수다.
사서들은 녹음실 없이 핸드폰으로 녹음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18명이 돌아가며 제작하기 때문에 힘들 법도 하건만 청취자들과 소통한다는 기쁨에 힘이 난다.
박선미 사서는 "사서들이 감명 받고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읽기를 바라는 책들을 소개한다"면서 "이용자들이 추천하는 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소리 1번지'와 '책 읽어주는 사서'는 각각 국회도서관과 중원도서관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의 배너를 통해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