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공산성은 '백제 타임캡슐'

2014-09-24 12:58:12 게재

백제시대 목곽고·깃대꽂이 첫 발굴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실사가 지난 20일 완료된 가운데 백제 왕성터로 추정되는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백제시대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공주대박물관은 "2014년 제7차 발굴조사에서 백제시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목곽고를 최초로 확인했고 백제 멸망기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건물지 북단의 대형 목곽고(목재로 만든 저장시설)다. 목곽고는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 너비 20∼30㎝ 내외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됐다. 바닥면에서 벽체 상부까지 부식되지 않고 조성 당시 모습 그대로의 원형이 남아있다. 그동안 백제 목곽고는 대전과 부여 등에서 발굴됐지만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발굴팀은 이번 발굴로 당시의 목재 가공기술을 알게 돼 백제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 등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곽고 용도에 대해선 연구가 진행 중이며 저장시설 또는 우물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백제 의자왕이 나·당 연합군에 맞서 마지막으로 항전했던 곳으로 알려진 공산성의 마지막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각종 유물도 관심을 끌고 있다.

건물지 북쪽의 저수시설에선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 옻칠이 된 마갑, 철제 마면주(말 얼굴을 감싸는 부분) 등과 대도, 장식도, 다량의 화살촉 등 다양한 유물이 수습됐다. 발굴팀은 이에 따라 저수지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대단위 화재로 폐기돼 있는 정황을 고려,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에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공산성 내에서 전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옻칠 갑옷에선 '참군사' 등 20여자의 명문을 확인했다.

저수시설에서 발견된 유물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백제 유적지에서 최초로 발견된 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는 용도의 깃대꽂이다. 백제 깃대꽂이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에서만 볼 수 있었고 실물이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주대박물관 이남석 관장은 "이번 발굴은 공산성이 백제 왕궁지라는 진정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발굴성과로 백제역사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발굴단은 제60회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발굴조사 현장을공개하고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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