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도 국격도 다 '누더기됐다'

2014-10-24 12:30:13 게재

군사주권 회복, 2020년대 중반쯤 검토 … 사실상 무기한 연기

용산기지 18% 넘게 반환 보류 … 야 "국회비준 다시 받아야"

박근혜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 약속을 2010년에 이어 두번째로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번복하도록 하는 대신, 한미연합사를 잔류시켜 용산기지를 누더기 상태로 반환받게 됐다. 군사비만 북한 GDP를 능가하는 G20 회원국인 한국의 국격과 군사주권이 손상을 입은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북한 핵미사일 요격 등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이 갖춰지는 2020년대 중반쯤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을 평가, 전작권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은 또 연합사와 미 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을 각각 전작권 환수시점과 2020년 경까지 용산기지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야당은 국회동의를 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수시점을 명기하지 않은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 결정은 이명박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5년까지 3년 늦춰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박근혜정부가 재차 뒤집은 것이어서 주권국가로서 위신이 땅에 추락하게 됐다.

특히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 연합사와 같은 단일 지휘구조의 연합전구사령부를 존속시켜 한국군이 사령관을,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기로 합의해 놓고도 또다시 전작권 환수를 포기한 것은 한해 30조원대의 세금을 쓰는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작권 재연기의 대가로 연합사를 현재 위치에 잔류시키자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했다. 210화력여단도 2020년 쯤까지 동두천에 유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변화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한미연합사 잔류로 용산공원화 계획은 전체 면적의 10% 가까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연합사 잔류면적은 전체의 10% 이하"라면서 "현재 연합사 본부와 미 8군사령부가 위치하고 있는 부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사와 드래곤힐 호텔(8만4000㎡) 부지를 합하면 13%(34만4500㎡)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가 26만㎡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용산기지 265만㎡의 9.8%에 해당한다.

미국이 점유하는 땅은 2004년 국회 비준을 받을 때 반환하지 않기로 한 드래곤힐 호텔 8만4000㎡, 헬기장 5만6500㎡, 미 대사관 부지 및 주변도로 8만7000㎡ 등을 합하면 용산기지 전체 면적의 18.4%에 이른다. 미군이 이용할 출입·방호시설은 아직 면적을 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외국군 주둔의 아픈 역사를 가진 용산기지를 되찾아 국가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용산은 고려말 몽고군 병참기지로, 임진왜란 때 왜군 보급기지로, 러일전쟁과 함께 조선주차군사령부가 주둔하면서 일본군 근거지로 사용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안규백(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미연합사 잔류는 용산기지이전계획의 변경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우리 당은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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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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