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착한기업 키우고, 기업은 수익 나누고

2014-11-28 10:43:20 게재

'함께 누리는 사회적경제장터' 행복바이러스 역할 톡톡 … 30일 청계광장서 개막

서울 양천구에서 반찬·도시락 판매와 출장뷔페를 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행복한 울타리'는 주말마다 노숙자 임시보호센터 '햇살보금자리'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지난달 김치를 담가 기부한 게 인연이 됐다. 다음달 2일에는 북한 이탈 여성과 결혼 이주여성 100명과 함께 김장을 한다. 김장에 필요한 배추 100포기는 '좋은 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웃들이 선뜻 내주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시와 산하기관 공간을 지원받아 판로확보가 절실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장터를 열고 있다. 6월부터 한달에 한번꼴로 개설되는 청계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사회적경제기업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서울산업진흥원 제공


노숙인 쉼터에 기부를 했더니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을 기획했더니 함께 하겠다는 손들이 나서고…. 좋은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한가운데 '함께 누리는 사회적경제 장터'가 있다. 영리추구만 하는 기업과 달리 수익을 이웃에 돌려주겠다는 사회적경제기업들 유통·판로개척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전문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이 마련한 공간이다.

사회적 가치실현을 추구하면서 '적정수준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산업진흥원은 서울시와 관련 기관에서 공간을 지원받아 행복한 울타리같은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기업이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청계광장을 비롯해 덕수궁 어린이대공원 세빛섬 등 어느 곳이나 장터가 된다. 각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 판매와 함께 리본공예 다문화체험 등 가족단위 체험행사, 사회적경제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볼거리도 선보인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팔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기치를 내건 행복한 울타리는 지난 6월부터 한달에 한번꼴로 청계광장에서 진행 중인 장터에 참여하고 있다. 9월과 10월 김밥과 만두를 팔아 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그 수익금이 햇살보금자리 김치 기부로 이어졌다. 이달부터는 지역 내 북한 이탈 여성과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식 요리강좌를 시작했다. 낯선 한국 문화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반찬을 만들고 식구 수에 맞춰 싸가도록 했다.

행복한 울타리뿐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흥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예비 사회적경제기업 140여곳이 장터를 매개로 시민들에게 자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계광장 '함께 누리는 사회적경제 장터' 5차례를 비롯해 어린이대공원 장터, 덕수궁 장터까지 올해만 8차례 장터가 열렸다. 진흥원 지원을 받지 않는 사회적경제기업까지 254개 기업이 참여해 1억6000여만원 수익을 얻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있지만 참여기업들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김진순 행복한 울타리 대표도 "좋은 공간에서 무료로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장터에서 번 건 모두 사회를 위해 쓰려 한다"며 "민들레 홀씨처럼 퍼지고 퍼지면 그것만큼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 어딨겠냐"고 말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오프라인 장터와 함께 상설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 '함께누리'도 운영 중이다. 이전까지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했지만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151개 기업 1000여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나흘간 청계광장에서는 2014년 마지막 사회적경제 장터가 열린다. 40여개 기업이 제품 판매와 기획전시를 준비 중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청계광장 장터 이후에는 또 어떤 기부가 이어질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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