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쉬고, 다시 준비하는 하프타임(half time)

2014-12-19 14:24:13 게재

두 마리 토끼 잡는 겨울방학계획 엿보기

학교마다 기말고사가 마무리되었다. 관내 고등학교는 24일 전후로, 초·중학교는 31일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맘껏 늦잠도 자고, 따뜻한 집안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겨울방학. 친척집으로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여유부리며 놀고 싶은 마음에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겨울방학은 학생들에게 하프타임(half time). 축구경기에서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있는 하프타임은 우선 선수들이 쉬는 시간이다. 또 전략을 바꾸고 선수교체가 이루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겨울방학 보충계획을 12월 초에 발표하여 일찍 방학계획을 유도하는 학교도 있다. 서둘러 예약하고 준비하는 부모는 정보를 찾고 시간표 짜기에 맘이 급하다. ‘무(無)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는 자녀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서로에게 배울 것은 있는 겨울방학이야기이다.

선행은 자기주도학습, 복습은 학교 보충수업에 충실
선부동 김지민(남·고1) 학생

“아침 8시에 시작하는 학교 보충수업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여름방학 때는 학교에서 수학선행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선행학습금지법으로 복습만 가능합니다. 원어민 영어수업이나 한국사, 그리고 내가 어려웠던 화학에 대한 강의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보는 강의는 신청자가 많아 조금만 늦게 신청해도 밀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학교도서관에서 2학년 수학 선행학습을 해야죠. 모르는 문제는 수학을 잘 하는 친구에게 묻기도 합니다. 겨울방학에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늦잠인데 주말에는 실컷 늦잠을 자야죠.”

4주 동안 자기주도학습 캠프에
사동 이지연(여·45) 씨

“중2가 될 아들과 공부의 전환점을 고민한 끝에 대전에 있는 한 대학교 생활관에서 열리는 한겨레 캠프에 참가하기로 했어요. 한 달간 숙박을 하며 주요과목 학습도 하고, 특히 자기주도 학습법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선택을 했어요. 처음에는 두렵고 불안해했지만 본인도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각 지역에서 오는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도 하고 체험학습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할 듯해요. 돈은 좀 들지만 맘 편하게 직장에 나가고, 우리 아이도 형제가 없어 아쉬운데 좋은 친구를 만나 정답게 어울리는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경에 있는 외갓집으로
원곡동 이 혜진(여·중1) 학생

“평소 다니던 영어 학원과 수학 과외를 잠시 접고 외갓집에 가요. 텔레비전도 맘껏 보고 인터넷 검색도 실컷 할 거예요. 공기도 맑고 조용해서 맘도 편해지는 것 같아요. 짧으면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머물 거예요. 게다가 외할머니가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시니 완전 좋아요. 당연히 책은 싸들고 내려가지요. 공부는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것 하지 않을 때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할 계획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빠와 스키도 맘껏 타고요.”

새벽에는 수영, 낮에는 동네 다섯 바퀴
와동 문지수(여·초5) 학생

“제가 좀 뚱뚱해요. 중학교에 가면 교복을 못 입는다고 친구들이 많이 놀려요. 올 겨울방학엔 다이어트에 성공을 할 거예요. 다행히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하기로 해서 너무 좋아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아요. 20분 정도 걸어가는 공부방에도 꼭 걸어가고 아파트계단도 걸어 다니려고 합니다. 친구와 새벽에 수영장에 다니기로 했어요. 저녁도 굶어야 하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올 겨울방학 목표는 예뻐지고 건강해지는 것!”

기타학원에서 놀고, 합기도학원에서 또 놀기
신길동 김미숙(여·43) 씨

“아들만 둘인데, 두 아이가 좋아하는 성향이 너무 달라요. 올해 고등학교에 가는 형은 수학학원에 다니고 영어는 과외로 공부하며 틈틈이 책을 보며 스스로 공부하는 편이지요. 이제 중2가 되는 둘째는 수학공부는 너무 싫어해요. 기타치고 운동하는 것만 좋아해서 그렇게 겨울방학계획을 짰어요. 매일 기타학원에 가고, 합기도에 가서 운동을 한 대요. 제가 보기엔 둘 다 놀러가는 거예요. 다행히 영어는 형과 함께 과외를 한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해서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염려도 있어요.”

머리 길러서 반은 초록, 반은 빨강으로 염색하기
고잔동 이혜진(여·중2) 학생

“와, 방학이다! 방학식이 있는 날 밤에 가요대제전을 끝까지 봐야죠. 다음날은 친구들과 미장원에 갈 거예요. 미리 용돈도 모아놓았어요. 제 친구는 웨이브파마를 하고, 다른 친구는 레게머리를 해 본다고 했어요. ‘땡초 엽떡’이라는 매운 요리도 해 먹어보고 사진도 찍어 페북(페이스북)에 올려야죠.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가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야죠. 그렇다고 놀기만 하지는 않아요. 3학년 문제집도 미리 해보고 진로에 대해 고민도 해야죠. 공부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절충하는 방학이 좋아요. 어른들은 너무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겨울방학에 어떻게 그래요.”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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