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기성회비 폐지 … 수업료로 일원화

2015-03-04 13:49:23 게재

교육분야 법안 10건 국회 본회의 통과 …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 남아

불법징수 논란이 일고 있는 국립대학 기성회비가 52년 만에 폐지되고 수업료로 일원화는 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대학회계재정법') 등 교육분야 법안 10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대학 기성회회계 대체법률 제정촉구 기자회견 2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조합원들이 '국공립대 공공성 강화하는 기성회회계 대체법률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등록금 부담 완화 없는 기성회비의 일반회계로의 단순 통합에 반대하며, 기존 기성회비에 대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국립대학회계정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립대학생과 교육시민단체들은 "국회가 '기성회비 납부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꼼수로 화답한 결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성회비 불법징수 논란은 2012년 1월 국립대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시작됐다. 법원은 "대학이 징수한 기성회비는 아무런 법률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결을 내리자 줄소송으로 이어졌고, 정부와 국립대학은 국회에 대체입법을 요구했다. 결과 국회가 이를 수용해 법안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달랐다. 이번 법안은 2008년 발의했다 폐지한 재정회계법안을 새누리당이 거의 그대로 살려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한 '기성회 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 법안'은 담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기성회비 징수 제도가 폐지됐지만, 학생들이 수업료 명목으로 납부해야 할 등록금은 기존 총액과 같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준 기성회비 수입은 1조3423억원으로 전체 국립대학 예산 총액 7조8200억원의 17.1%에 해당된다. 그동안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들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하여 통합징수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효율성이 낮은 대학의 재정 결손 문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립대학회계재정법이 제정에 따라 국립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9개 국·공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 399만원 중 기성회비는 327만원으로 등록금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2%에 달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만 기성회비를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학재정회계법 통과 이후 수업료도 대학이 자체적으로 인상할 수 있게 돼 학생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는 재정회계법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국립대학 적립금' 조항은 삭제했다. 하지만 이월금을 통해 변칙적으로 예산을 남길 수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겼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학의 기형적인 재정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그동안 불법으로 징수한 기성회비를 수업료 명목으로 합법화 시켰다"며 "국회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책임을 묻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불법의 합법화'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는 9월 1일부터 유치원비 인상 상한제를 시행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유치원장은 원비 인상 시, 직전 3개년도 평균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성범죄 교원의 성관련 범죄 징계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과, 사립학교 교원의 일반범죄에 대한 징계시효를 3년으로, 성범죄는 5년으로 연장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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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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