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정광일 대표 인터뷰
“반려견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랍니다”
일산동에 위치한 한국 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는 반려견의 심리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만을 넘어선 것은 오래전 일이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평균 한 가정이 한 마리 이상의 동물과 함께 동거한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우리와 함께 사는 동물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무슨 마음으로 그들은 우리 곁에 머물며 기쁨과 위로가 돼주고 있는지. 한국 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정광일 대표로부터 사람과 함께 하는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반려견과 애완견의 차이
‘반려’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짝이 되는 동무’이다. 남편이나 아내, 배우자를 ‘평생의 반려자’라고 부르는 것은 짝이자 동무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그런 연유다. 짝꿍이자 동무로 늘 곁에 있어 주는 녀석들이니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녀석들을 진짜 ‘반려’로 생각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내 필요에 의해 존재하고, 내게 불편을 줄 때 외면하는 애완동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고로 ‘애완’의 사전적 정의는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동물이나 물품’을 말한다. 정 대표는 반려견과 애완견에 대한 차이를 강조한다. 유기견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애완견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애완견은 더 이상 귀엽지 않고 즐거움을 주지 못할 때 버려질 수 있다.
하지만 반려견은 그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람과 함께 한다. 이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시각으로 반려견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이 아니라 교육이고,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따뜻한 소통이다. 반려견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서로 소통하게 도와주는 것이 그의 주된 역할이다.
반려견은 가족
정 대표는 군견 훈련병으로 군대 생활을 하며 군사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을 훈련시켰다. 훈련을 잘 시켜 군견병 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제대 후에도 강아지 훈련시키는 일을 지속했다. 가정을 방문해 애견들을 훈련시키며 애견들의 문제 행동들을 고쳐주는 일을 주로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애견훈련 전문가가 귀했던 시절이라 그를 찾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개들을 훈련시키는 달인으로 인정받을 무렵, 문득 머릿속을 텅 비게 만드는 질문에 직면했다.
“그전까지는 강아지들의 문제행동을 무조건 고치려고만 했지 강아지들이 왜 그러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강아지들이 왜 그러지?’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지며 그동안 해왔던 훈련이 모두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 소통은 전혀 하지 않고 훈련을 강요하며 강아지들을 내 마음대로만 하려고 했던 거죠. 이후 모든 연구를 다시 시작했어요.”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으로서 강아지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동안 답습했던 훈련 매뉴얼들을 수정했다.
인체의 모든 조직이 각자 쓰임이 있는 것처럼 이는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머리카락이나 털이 피부를 보호해주듯 강아지들도 비슷하다. 그런데 유독 강아지의 배에는 털이 없다. 강아지 입장에선 털이 없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위란다. 강아지가 배를 내보여주는 일은 사람이 감추고 싶은 부위를 오픈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사람이 강아지를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하는 훈련이 바로 이 복종 훈련이다. 강아지를 뒤집어 품에 안고 배를 보이게 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강아지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약한 부위를 내보이며 주인이 강자임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반려자나 자녀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가족관계의 시작이다. 강아지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거기 있다.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강아지에게도 예절 교육 필요
한국 애견행동심리센터에서는 반려견의 행동심리를 이해하는 세미나를 개최해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훈련이 아닌 교육을 중심으로 반려견의 행동을 수정하는 문제행동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려견의 마음을 이해하면 강아지들의 문제행동으로 꼽히는 짖음이나 배변 문제를 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소변이나 짖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정 대표는 두 증세 모두 분리 불안이나 외로움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면 사람처럼 대소변 가리기나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강아지에게 사람과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예절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예절교육을 위해 센터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적절한 교구를 활용해 보라고 정 대표는 권한다.
“강아지들을 위한 놀이교구인 ‘볼레디’나 ‘매너펫’ 등은 불리 불안을 해소해 주고 배변 교육에 도움이 됩니다. 강아지가 배변 실수를 했을 때 혼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혼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이런 교구들을 사용하면 강아지들이 즐겁게 놀면서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답니다.”
영화배우 장나라씨는 그의 단골 고객이다. 버려진 유기견들을 센터로 데려와 교육해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소리 소문 없이 반려견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질 때 사람도 반려견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