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유산업 │②구조적 문제에 직면하다

고도화설비 경쟁력, 공급과잉·수요감소에 부딪혀

2015-06-24 13:10:29 게재

중국, 아시아 최대 설비 증설 … 미국·중동·러시아, 원료 우위 경쟁력 … 일본·호주, 내수 줄어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 시설(중질유 분해 설비)을 확대해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벙커C유 대신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비율을 높여 성과를 냈다.

이들 제품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출도 늘었다. 값싼 중질유를 분해해 값 비싼 휘발유 등을 생산하고 이를 수출하면서 고도화 시설은 '제2의 유전'으로 불렸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시설 비율이 36.7%에 달한다. GS칼텍스는 35%, 에쓰-오일은 22.1%, SK이노베이션은 17.2%다.

석유제품, 2012년 수출 품목 1위 =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2003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67억달러였는데 다음해 102억달러, 2006년 206억달러, 2008년 372억달러로 급상승했다.

2009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227억달러였다. 전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때문이다. 2011년 496억달러, 2012년 54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507억달러(2013년), 491억달러(2014년)를 기록했다.

석유제품은 2012년 국내 주요수출 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013년과 2014년은 2위였다.


물량면에서는 2013년 생산물량 10억3991만배럴 가운데 4억3121만배럴을 수출했다. 지난해는 생산물량 10억391만배럴 가운데 4억4979만배럴을 수출선박에 선적했다. 이는 생산량 대비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액수로는 원유도입액의 52%를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하는 셈이다. 지난해 원유 도입액은 939억달러였다.

한국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 특징은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 전체 수출물량의 87%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미주가 6%, 유럽이 5% 순이다.

아시아지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중국이 19%, 일본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8%) 인도네시아(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가장 많은 물량은 싱가포르로 향한다. 싱가포르향 물량은 전체 22%에 해당한다. 싱가포르는 석유제품 현물거래가 이루어는 곳이다. 장기계약 물건이 아닌 스팟(단기거래)으로 거래되는 곳이어서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낮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 파라자일렌 생산라인. 사진 에쓰-오일 제공


수출 87%, 아시아 지역에 = 한국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생산한 석유제품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87%가 아시아지역에서 소화하고 있다.

우리의 수출국인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중국은 그 동안 석유제품 수입국이었으나 꾸준히 설비를 늘리면서 자국내 소비량을 생산하는 충족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2014~2020년 동안 일일 생산량 239만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강원대 김형건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2020년까지 정제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바꿀 것 같지 않다"며 "우리의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계획대로 정제설비 확대가 마무리되면 휘발유는 연간 1억5000만배럴, 경유는 3억7000만배럴 정도 공급이 남게 된다. 중국이 수입을 하기는커녕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생산되는 꼴이다. 국내 정유 4사 정제 능력이 일일 294만배럴인데 중국은 2020년까지 우리와 거의 맞먹는 239만배럴을 수준의 정제설비를 증설하는 셈이다.

일본은 내수 수요 감소로 꾸준히 석유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2020년까지 일일 60만7000배럴을 줄인다. 그에 따라 수입도 줄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까지 자국내 소비 석유제품을 자급한다는 계획이다. 5개 정제설비를 현대화하고 처리량을 증대한다. 현재 일일 생산량 82만배럴을 161만배럴로 2배 늘린다.

호주는 이미 자국내 정제설비 운영을 중단한 대신 수입으로 전체 수요의 40%를 아시아지역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수요가 정체상태다.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통 에너지 생산국인 미국과 중동 러시아 지역 정유기업들은 값싼 원료를 바탕으로 공급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의 신흥 아시아국 정유사들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바잉파워'를 누리려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체 정제설비를 확대하고 수입을 줄이려고 한다.

원유 수급과 소비시장에서 경쟁력 떨어져 = 결국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원유 공급과 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이 떨어진 셈이어서 시장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가천대 김창섭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높은 비율의 고도화설비를 갖추고 있어 경제학적으로 경쟁력 있다"며 "하지만 구조적으로 석유제품시장은 공급과잉상태이고 장기적으로 탈석유 흐름으로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건 교수도 "공급과 수요 측면, 글로벌 석유회사와 경쟁 등 대내외적으로 전망이 어둡다"며 "다만 중국이 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지역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수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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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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