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오수근 이사장

"로스쿨은 음서제도 아니다"

2015-08-25 10:23:38 게재

기득권 세력 정략적 매도

특혜시비는 사시도 똑같아

여야 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 취업 청탁 사건이 터지자 '수상한' 주장이 퍼지고 있다. 사시 폐지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도라 비난하며 사시존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음서제도란 고려시대 고위 관료 자제가 무시험으로 관리가 되게끔 한 제도다. 로스쿨이 과연 음서제도인지 24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오수근 이사장(60·이화여대 로스쿨 원장·사진)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로스쿨 성적공개 안하는 이유있다 = 사시존치론자들이 로스쿨을 음서제도라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는 로스쿨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 회장은 "필기시험을 통해 공개채용을 할 경우 얻는 것은 명확성"이라며 "하지만 사람을 평가하는데 여러 가지 다른 요소를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을 뽑을 때는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다 보는 게 옳고, 그러면 명확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좀 더 나은 방법으로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방법'에서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바뀐 대표적 예가 입시제도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비고사나 수능성적만을 보고 학생을 선발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70%를 수능이 아닌 '수시'로 뽑는다. 오 회장은 "이미 대학에서 필기시험 한번의 성적으로 학생들을 뽑는게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공감이 있는 것"이라며 "물론 부정이 개입될 요소가 있지만, 그 학교의 위상이 내려가는 식의 사후적 규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판사나 검사를 뽑을 때도 연수원 성적말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며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음엔 친노제도로 몰려고 해" = 그는 또 음서제도란 지적에 대해 "채용과 입학 두 측면에 있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채용과 관련해 그는 "법원과 검찰이 판사나 검사 채용에 있어 음서제도의 영향은 없다고 본다"며 "과거 연수원 성적으로 뽑던 때보다 다양한 것을 보면서 훨씬 공들여 뽑아 그 결과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경우에도 외부의 부탁을 받고 뽑는 일이 있다면 사시와 마찬가지이지 로스쿨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로펌 상황을 아는 사람이면 그것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에 취업하면 선배 '어쏘 변호사(파트너 변호사를 도와주는 변호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한명이 일을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돼 배겨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2~3개월만 일없이 지내면 견디기 힘들어 로펌을 나오고 된다는 것이다.

소형로펌의 경우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 외부 청탁을 받아 채용을 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기관인데, 이곳의 특혜 채용 시비는은 과거 사시시절에도 똑같이 있었지 이것이 로스쿨제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로스쿨 입학과 관련해 고위층 자녀를 일부러 선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오 회장은 "누구 자녀라고 해서 들어오려면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실제 입학생을 보면 거의 입시성적과 학점, 영어시험 순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로스쿨을 음서제도라고 몰아간데 이어 다음에는 친노제도라는 쪽으로 몰고 가려 한다"며 "로스쿨은 친노, 사시는 비노와 반노 등 사실과 다른 정략적인 구도로 공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국민합의 뒤엎는 사법시험 존치론] 사시보다 로스쿨 저소득층에 유리
-사개추위 로스쿨 논의 2년 … 공청회만 80회
-법조인 선발 이원화는 '과거회귀'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