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해지는 박근혜-반기문, 커지는 ‘대권조율설’

2015-09-27 08:23:35 게재

매년 수차례 만나 칭찬·동조·지지 … “서로 속내 드러내지 않을 것”

현지에선 “권력의지 없어 … 본인·국가·유엔 위해 출마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차기 대권 구상에 대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박 대통령이 비공식적으로 반 총장을 만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유엔총회때 반기문 대망론? = 박 대통령의 3박 6일간의 유엔방문 중 최대 관심사는 반기문 총장과의 비공식적 만찬이었다. 25일(현지시간) 우리나라와 유엔의 주요 인사, 김 용 세계은행 총재가 동참한 만찬에 앞서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20분정도의 독대를 가졌다.

만찬에 같이 들어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의 브리핑에 담지 못한 독대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대권’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올 법 하다. 국내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에 대항할 친박인사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반기문 대안론’이 급부상한 측면도 이러한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까워진 박-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잦은 만남 역시 ‘밀월관계’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공식만남만 7번이나 된다. 지난해 유엔총회기간에도 면담과 만찬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전화통화, 상호 방문형식의 단독면담 등이 매년 2~3차례 있었다.

박 대통령이 유엔 홍보영상에 반 총장에 이어 적극적으로 나온 것 또한 각별한 사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정책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보이고 행동으로 옮겨주는 부분도 눈에 띈다. 25일 만남에서도 반 총장은 8·25 남북고위급 합의의 이유로 “(박 대통령의) 끈기와 원칙에 입각한” 결과로 지목했고 “평화통일 촉진을 위한 일에 유엔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동아시아개발은행 등 ‘동아시아의 지역협력체 창설’ 의지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유엔이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새마을운동을 국제화하는 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호감을 살만한 일이다. 박 대통령이 고민 끝에 참석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비슷한 어려움을 뒤로 하고 동참했다는 점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지선 “대권도전 감지 안돼” = 뉴욕 현지 분위기는 반 총장의 대권도전에 부정적이다. ‘대권에 도전해선 안된다’는 당위론과 함께 ‘반 총장 본인의 권력의지가 없다’는 현실론이 모두 포함돼 있다.

뉴욕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한 우리나라 고위공무원은 “반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온 캐릭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개인차원에서, 세계의 안보 평화 등을 다루는 유엔의 사무총장을 지낸 분이 한 국가의 대권에 도전해 유엔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인사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게 우리나라에 손해라는 국가적 측면에서 대권에 도전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반 총장이 현재 유엔의 업무에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대권에 신경 쓸 의지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반 총장은 이번 유엔개발정상회의에 이어 올 12월에 있을 기후변화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미국 등의 반대로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탄소 축소 등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카드 내놓을 단계 아냐” = 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상 남았고 반 총장 역시 임기가 2016년까지인만큼 서로 속내를 드러낼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대권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은 ‘단순한 추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많다. 박 대통령은 ‘2인자’를 두지 않는 성향이라 총선 이후 대선을 1년정도 앞두고 후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 역시 설령 대권에 관심이 있더라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도움이 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미리 카드를 내놓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반 총장은 전혀 대권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면 충분하며 서로 대권에 대해 얘기할 만큼 진전된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반 총장의 권력의지나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볼 때 ‘반기문 대망론’은 아직까지는 신기루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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