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중소기업 혁신 이야기 | ③ 경영 혁신

"눈앞 이익만 쫓으면, 많은 것 잃는다"

2015-11-02 09:58:46 게재

화인테크놀리지, 연구센터에 지역문화공간 조성 … 성도GL, 격조 높은 문화예술 접대문화 선구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드러커 (Peter Drucker)는 '경영은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식이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부상한 요즘 기업에서 사람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로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꼽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화인테크놀리지(대표 서영옥)도 '사람중심' 경영을 펼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고분자 합성기술을 이용해 각종 산업용테이프를 생산한다. 3M에 버금가는 품질로 산업용테이프 수출을 주도하는 강소기업이다.

화인테크놀리지 직원이 산업용테이프 생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제공


기업은 유기체, 정성을 다해야 = 화인테크놀리지의 경영철학은 올 봄에 준공한 연구개발(R&D)센터에 녹아있다. 센터 2층에는 공연장과 전시장이 들어섰다. 3층의 한 공간은 경력 퇴직자나 연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영옥 대표는 "미래는 사람 중심이기 때문에 문화를 모르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생산으로 돈 벌 생각만 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연구개발센터가 회사 것만이 아닌 '지역사회 문화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화인은 기술기업이다. 삼성전기 및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해 반도체용 발포 테이프를 국산화 했다. 발포 테이프만 38가지 종류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시장의 17%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초박막 기판 제조용 카파 캐리어'를 개발하고 2013년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추가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나서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기술기업 화인의 '사람중심 경영'은 창업초기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1년 발포테이프를 필리핀에 수출한 후 거래 회사로부터 클레임(손해배상)을 당했다. 태품으로 선적을 끝낸 제품에 물이 스며든 걸 모르고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매출 20억원이 채 안됐던 화인에게 1억2000만원의 배상청구액은 큰 부담이었지만 서 대표는 변명하지 않고 책임을 졌다. 이 결정은 거래 회사와 더욱 돈독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 그 일 이후 서 대표는 기업의 근본을 항상 마음과 자세에서 찾는다.

"기업은 유기체와 같아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경영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따라가면 기업 이건 사람이건 쉽게 지치고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서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관계를 이루는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선택해 결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명성과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다음 대에도 이어가서 직원과 고객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오래 살아야 한다." 서 대표의 경영원칙은 직원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직원과 오래가는 가족이 되기 위해서다.

품격있는 관계 형성 = '접대'하면 으레 음주가무가 떠오른다.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술접대문화를 품격있는 문화예술 접대문화로 혁신한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직원 만족도와 사회공헌활동은 대기업 못지않다.

(주)성도GL이 그 주인공이다. 인쇄 출판 및 디자인에 필요한 그래픽 전문기업인 성도GL은 일(業)의 본질을 '문화'와 '문화경영'에서 찾고 있다. 성도GL은 2007년부터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협약을 맺고 후원해오고 있다. 임직원들은 2003년부터 나눔운동 일환으로 '삼더펀드'에 매달 본인 급여 1%씩 기부한다. 삼더펀드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낙후지역 아동들에게 문화체험 활동을 돕는 기금이다.

특별한 접대문화는 성도GL의 트레이드마크다. 정기적으로 주요 고객들을 초청해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외국 바이어들에게도 한국 고유의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입사원이 되면 가장 먼저 대표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관람하고, 직원들은 매달 독후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도GL의 문화경영은 김상래 대표가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2002년 창업주 뒤를 이어 경영을 맡게 된 2세대 경영인 김 대표는 미국 근무 경험과 유학생활울 통해 문화가 CEO의 단순한 취미나 기업의 보조적 수단이 아닌 핵심 동력임을 인식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음주가무 접대 문화에서 탈피하는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생산적이고 윤리적이며 품격있는 고객 관계 형성에 나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받았던 오해도 풀렸다. 오히려 진심을 알아주면서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도 더욱 가까워 졌다.

"문화는 공기와도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아 그 중요성을 잘 모르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면 중요성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다." 김 대표는 문화경영이 기술력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직원과 고객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회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2014년도 매출 271억원을 달성했다.

['미래를 여는 중소기업 혁신 이야기'연재기사]
- [①기술혁신] 핵심기술에 대한 열정이 성장 비결 2015-10-29
- [②생산공정 혁신] 생산부터 관리까지 디지털화 2015-10-30
- [③경영 혁신] "눈앞 이익만 쫓으면, 많은 것 잃는다" 2015-11-02
- [④개방형 협력] '열정+협력'은 중소기업 성장 밑거름 2015-11-03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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