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포함한 전국 재건축조합 비상
대법 재건축 판결, 전국 지자체에 영향
정부 '사용·점용료 면제' 법률 개정 … 대법원 "대부료 부과 대상"
재건축조합이 사업기간 동안 부지 내 도로(국·공유지)를 점유하고 있으면 점용료가 아닌 대부료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 10일 확인됐다. 지난 2월 대법원이 공원 녹지 등의 점유에 대해 '대부료 부과' 취지의 판결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건축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하면 사업부지 내의 도로·공원 등 국·공유지는 용도가 폐기돼 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 형태가 바뀐다. 조합은 사업기간 동안 국·공유지를 사용·점유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용을 지자체에 지급해야 한다. 행정재산이면 사용·점용료를, 일반재산이면 대부료를 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선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마무리되는 준공인가 시점에 기존 국·공유지를 조합이 새롭게 설치한 범위 내에서 무상양도를 했을 뿐 사업기간 동안 비용을 부과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청이 처음으로 반포주공2단지(현 반포래미안 퍼스티지) 등에 대해 사용·점용료를 부과했고 대법원이 '대부료' 부과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국공유지를 포함하고 있는 전국 재개발이나 재건축조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률개정 후 재개발 '면제' 재건축 '부과' = 반포주공2단지에 대한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재개발·재건축조합은 2012년 2월을 기점으로 입장이 나뉘었다. 도정법 개정(32조 6항)으로 2012년 2월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조합은 국·공유지 사용에 대해 사용·점용료를 내야하고 그 이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조합은 면제된다는 게 기존 판례의 취지였다. 2012년 2월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컸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건축조합의 국·공유지 사용이 법률개정으로 '면제'가 된 사용·점용료에 해당하지 않고 이와는 별개의 대부료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대부료라고 법률 해석을 내렸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대부료 부과 의무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의 경우 2012년 2월 법률개정과 상관없이 국·공유지를 포함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관할 지자체가 대부계약을 통해 대부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계약 없이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대부계약을 소급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대부료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부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재건축사업의 국공유지에 대해 지자체가 대부료를 부과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전국 지자체와 재건축조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효지나 서초구청 350억원 날려 = 서초구청은 반포주공2단지재건축조합을 상대로 한 2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건축사업 부지 내 공원에 대해서는 사용료, 도로에 대해서는 점용료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이 각각 대부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합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이 대부료를 내지 않은 조합측에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채권 시효 5년이 지나버렸다. 법원이 공원 사건에 대해서는 2차례 대법원 파기환송 등을 통해 6년 넘게 심리를 진행했고 도로 사건은 3년이 걸렸다.
문제는 다른 지자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시효 소멸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받아야 할 대부료·변상금 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3년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323개 재건축·재개발사업장이 도로 공원 녹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사용료 등 부과 금액을 36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당시 조사는 2012년 2월 법률개정 이전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개략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지자체는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포함할 경우 부과액이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전국 재건축조합 '대부료(부지내 도로 공원 등 포함)' 부과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