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274명이 본 2016년 경제 ②
전문가 10명 중 4명 "경제 부진은 청와대·여당 탓"
야당 책임 7.7%보다 5배 많아 … 박근혜정부 3년 경제운용 32.8점 불과
경제민주화·창조경제도 '낙제점' … "충분한 검토, 치밀한 계획 세워 정책해야"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2015년 11월 24일 국무회의)
"민생과 경제를 위한 입법은 국회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12월23일 핵심개혁과제 성과 점검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성토해왔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총선심판론'도 모자라 '역사심판론'까지 제기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공격하며 대통령을 거들었다. "야당의 조건반사적인 반대 탓에 국회 통과가 낙타 바늘귀 통과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국회, 특히 야당의 비협조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불만이었다.
하지만 내일신문이 2016년 신년을 맞아 디오피니언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 나타난 경제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진한 우리 경제에 대한 책임이 야당보다 청와대와 여당, 관료들에게 있다고 한 전문가들이 훨씬 많았다.
박근혜정부 3년간 경제운용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매긴 점수는 낙제점을 한참 밑돌았다.
◆경제 활성화 못하고 위험요인은 커져 = '부진한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꼽은 건 '청와대와 여당'이었다. 105명(38.3%)이 이렇게 답했다. 야당을 지목한 전문가(21명, 7.7%)보다 5배나 많았다. 관료에게 책임을 물은 전문가는 37명(13.5%)이었고, 재벌 대기업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이보다 많은 48명(17.5%)이었다. 노조를 꼽은 전문가는 14명(5.1%) 뿐이었다.
이는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다. 야당의 비협조나 노조의 반발보다는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가 경제 부진의 더 큰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박근혜정부 3년간 경제운용에 대해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가 경제운용을 잘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못했다'(116명, 42.3%), '매우 못했다'(71명, 25.9%) 등으로 부정적인 답변이 78.2%에 달했다. '대체로 잘했다'는 63명(23%), '매우 잘했다'고 답한 전문가는 2명(0.7%)뿐이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박근혜정부가 얻은 점수는 32.8점에 불과했다.
박근혜정부 3년간 우리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경쟁력은 떨어지고 위험요인만 더 커진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박근혜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재정정책과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며 경제활성화에 주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경제정책의 종합성적표라 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보면 2012년 2.3%에서 2013년 2.9%, 2014년 3.3%로 조금씩 회복되는가 싶더니 2015년에는 2.7%(정부 추정치)로 다시 주저앉았다. 3년 내내 세계경제 성장률을 밑돌았다.
우리경제의 체력은 더 약해졌다. 박근혜정부 3년간 적자는 97조4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이명박정부 5년간 적자 98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재정을 쏟아부은 탓이다. 2012년말 443조1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16년 645조2000억원으로 늘어 사상 첫 GDP의 40%를 넘어서게 된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2012년말 964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60조원으로 늘었다. 증가추세를 고려하면 2015년말 1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7%대 중반으로 경제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 사정도 심상치 않다.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201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지난해 7.6%나 감소했다.
◆수시로 바뀌는 경제 아젠다 =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항목에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대표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행했느냐'는 질문에 213명(77.7%)이 '아니다'고 답했다. 제대로 이행했다고 답한 전문가는 50명(18.2%)에 불과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월례브리핑에서 지난해 경제성과의 하나로 경제민주화 실천을 꼽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정부는 또 지난해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완료, 창업기업 지원자금 확대 등을 통해 벤처기업수가 3만개를 돌파하는 등 창조경제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자평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창조경제가 잘 이행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한 전문가는 198명(72.3%), 잘 이행됐다고 답한 전문가는 67명(24.5%)이었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대해선 이행도 대신 적절성을 물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은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192명(70.1%)이 '아니다'고 답했다. 적절했다는 응답자는 74명(27.0%)에 그쳤다. LTV, DTI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가 반짝 살아났지만 전반적인 경제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가계부채라는 더 큰 위험요인을 키웠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복지확대 정책이 잘 이행됐느냐'는 질문에는 99명(36.1%)이 그렇다고 답해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응답자가 170명(62%)으로 더 많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정부 3년간 경제부흥에서 경제활성화로, 또 경제혁신, 구조개혁 등으로 경제 아젠다가 수시로 바뀌었다"며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충분한 검토와 면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하는데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하고 있으니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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