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중앙은행의 고백
"양적완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전현직 총재들 "저성장·저금리 덫 빠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최근까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의 회복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지금 중앙은행 전현직 수장들의 고백이 시작됐다. 위기 이후 현재까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과 낮은 물가, 저금리의 덫에 빠졌다"며 "지난 7년 동안 경제성장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영란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총재 연설문에 따르면 그는 "2008년 위기와 이어진 유로존 위기 때 경제는 크게 요동쳤고, 부채가 경제활동을 짓누르면서 자주 삐걱거렸다"고 인정했다.
그는 "저조한 경제성장은 G20 주요국에서 공급주도 성장이 약해진 탓이며 수요 촉진책이 인구학적 변화와 저성장을 막을 장기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선진국 내 구조개혁이 지연됐다는 점, 동시에 2008년 이후 많은 신흥국으로 핫머니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신용버블이 생겼고, 현재는 다시 핫머니들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니 총재는 "2007년 달러 표시 전 세계 GDP성장률은 8%대였지만 지난해 4%대로 주저앉았다"며 "이는 민간과 공공부문의 부채상환 여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근본 요인인 것처럼 보인다"며 "원자재 가격 급락은 수요부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걱정했다.
현실에 안주하는 투자자들은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이라고 여기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부양책을 쓸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같은 안일한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재는 "올초부터 전 세계 증시가 침체를 이어가고 있고,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채권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미국 고수익 채권의 신용부도위험이 장기평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졌고,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채권 스프레드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0.75%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 전개를 보며 투자자들은 지난 7년간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문하고 있다"며 "비정상적 통화정책이 단지 저성장으로 가는 교량이었는지, 나아가 세계경제를 유동성 함정에 빠뜨린 원인이었는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여전히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기 위해 어떤 비용이 필요한지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 "유동성 아닌 갚을 능력이 진짜 문제" ] 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