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 마련

2016-03-28 10:31:07 게재

이르면 내달 시행

인터넷에서 개인의 사생활보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접근배제란 글·사진·동영상 같은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보거나 검색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뜻한다.

방통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 초안은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터넷상에 자신이 올린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에 대해 검색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보호권 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법인을 제외한 인터넷 이용자는 누구나 인터넷상 게시판 관리자에게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 대상은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다.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라도 △댓글이 달리면서 삭제할 수 없게 된 경우 △회원 탈퇴 또는 1년간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돼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게시판 사업자가 폐업해 사이트 관리가 중단된 경우 △게시판에 게시물 삭제 기능이 없는 경우 등에는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요청을 받은 게시판 관리자는 본인 확인을 거쳐 문제의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처리'를 해야 한다.

게시판 관리자가 접근배제 조처를 하면 이용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구글 등 검색서비스 사업자한테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검색 사업자는 캐시(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두는 기억장소) 등을 삭제해 이 게시물이 검색 결과에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통위는 다만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린 게시물이나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접근배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접근배제를 요청한 이용자가 게시물의 실제 작성자가 아닐 때 실제 작성자가 다시 접근재개를 요청하면 확인을 거쳐 이 게시물을 다시 보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토론회 등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방통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찬반을 떠나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제3자의 게시물에 대한 잊힐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표현의 자유, 알 권리와의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우리나라 사정상 부득이한 조처로 이해된다"면서도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유럽 등에서 이뤄지는 잊힐 권리 논의보다 매우 후퇴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법률상 대원칙의 세부적인 설명 등을 위한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며 "일반 국민이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으로 말미암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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