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가 5억원 배상하라

2016-04-05 10:32:58 게재

대법원, 총리실·청와대 담당 공무원 배상 책임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62)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에게 국가와 사찰 담당 공무원들이 5억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김씨가 국가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 등 7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이 김씨와 그의 가족에게 5억209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은 "민간인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는 공직윤리지원간실 소속지원이 김씨에게 KB한마음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지분을 이전하도록 한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행사"라며 "국가는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김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법행위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돼 원고의 가족들도 정식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명백하므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가 사찰을 받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씨가 동영상을 올린 경위, 회사자금을 횡령해 촛불집회 비용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내사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인 원모씨는 국민은행 노무팀장을 찾아가 "위에서 이 사건을 심각하고 보고 있어 방치하면 국민은행장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곧바로 블로그를 폐쇄했으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압박이 계속되자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자신이 갖고 있던 회사 지분을 헐값에 팔았다.

1심은 김씨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받지 못한 급여 3억8592만원과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4천만원을 더해 4억259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가 주장한 주식 헐값 매도로 인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KB한마음 주식이 비상장주식이었던 만큼 객관적인 주식의 가치 산출이 어려운 점, 이 전 지원관 등이 매도가격 결정에 개입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2심 역시 같은 부분에 대해서만 국가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 불법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불법행위로서 유사 사건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을 참작했다"며 김씨에 대한 위자료를 1심보다 6000만원 높은 1억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부인과 어머니, 자녀들에게도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송은경 기자 ek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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