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임종을 위한 마지막 선택, 호스피스 병원
말기 환자의 총체적 돌봄 의료서비스 제공하는 완화의학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죽음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특히 질병의 고통으로 인해 주어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조금 더 편안하고 인간답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호스피스에 관련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완화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지정을 받은 남천병원 2내과 박영아 과장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물어보았다.
호스피스는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
호스피스는 손님이라는 뜻의 라틴어 호스페스(Hosepes)에서 유래했다. 중세시대에는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프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 준 것이 그 효시가 되었다. 현재에는 불치질환의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가능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총체적인 돌봄의 개념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박영아 과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완치가 어려운 말기 환자와 가족을 돌보는 것으로 질병의 마지막 과정과 사별기간에 접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문제들이 완화되도록 전문가들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이 함께 하는 전인적인 돌봄 의료서비스를 진행한다"며 "남천병원은 2005년부터 호스피스 병동형과 산재형으로 운영하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력 과 시설장비 등을 보완하여 군포시 최초로 인가를 받았다"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말기 환자 및 가족들은 치료의 목적이 아닌 편안하고 안정된 돌봄을 제공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겼다. 특히 간병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완화의료 도우미를 배치하여 전문적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곳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의 말에 따르면 남천병원에서는 진료 상담 후 입원이 결정되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에서 전인적인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통증 및 기타 신체적 증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24시간 간호와 간병,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상담, 영적 지지를 통해 여생동안 최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말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환자 임종 후에는 사별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최소화하고 사후에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사별가족 돌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완화의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호스피스 제도를 가장 먼저 채택한 영국의 경우 말기 암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95%로 우리나라의 13.8%에 비해 훨씬 높다. 이렇게 많은 영국 사람들이 호스피스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호스피스 병동이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든 부모님을 호스피스 전문 시설로 옮기는 것이 마치 치료를 포기하고 효를 다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는 사회 인식 탓에 여전히 호스피스는 죽음대기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호스피스하면 죽음이라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 아직도 호스피스에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죽음만 기다린다 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죽음도 삶의 연장선으로 보고 마지막 삶을 잘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스피스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환자를 힘들게 하는 증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며 심리적, 사회적 지지도 받고 임종 돌봄, 사별가족 돌봄까지 함께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라는게 박영아 과장의 설명이다.
간혹 환자와 가족들 가운데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비싸지는 않을까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암환자의 경우 중증질환으로 본인 부담 5% 비용 적용이 되고 있어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남천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호스피스 완화병동은 여명이 6개월 미만인 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여명과 상관없이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하는 치매,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분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과는 성격을 달리 한다. 환자 수 대비 의료인의 수도 완화병동이 월등하게 높으며 이곳에서는 의료인외에도 사회복지사, 성직자, 미술, 음악치료사, 자원봉사자 등 전문 완화 의료팀이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