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경고등 … 매출 3년째 곤두박질

2016-07-22 11:14:50 게재

중기청 '벤처천억기업' 실태조사

기업 증가율 30%에서 3%로 추락

연구개발비·신규가입수 급감

벤처기업계 리더그룹으로 꼽히는 벤처천억클럽(연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평균 매출액과 진입하는 신규 기업수가 줄고, 기업당 연구개발비도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활력소로 기대했던 벤처기업들이 국내외 경기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21일 '2015년 기준 벤처천억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벤처기업(벤처기업 확인제도에 따라 1회 이상 확인을 받은 기업) 8만2000여곳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가 474곳으로 조사됐다.

2014년(460개)보다 14곳(3.0%) 늘었다. 새로 벤처천억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광명전지(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 제조) 골든블루(위스키 제조) 손오곤(어린이 완구업체) 엘아이에스(레이저 응용기기) 등 55곳이다.

하지만 2012년 천억클럽수가 400개로 접어든 이래 4년째 500개를 넘지 못했다. 특히 2010년 이후 천억클럽 증가율이 급락했다. 2010년 30.1%였던 증가율은 2014년 1.5%로 추락했다가 지난해 3.0%로 늘었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3년간 내리막이다. 2013년 2229억원이던 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2014년 2151억원, 지난해 2129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5%로 2014년(6.7%)보다 증가했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5.2%로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다. 천억클럽에서 탈락한 65개사를 조사한 결과 32개사는 "경기악화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성장하던 벤처들이 저성장 계곡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개발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기업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43억원로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율은 2.0%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기업당 62억원,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율 2.9%)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벤처천억클럽 474곳의 총 매출액은 모두 101조원으로 대기업군으로 따지면 재계서열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기업 부진을 보완할 기업군으로 꼽히는 '벤처천억클럽'의 부진은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벤처천억클럽'의 성공 요인으로는 창업 초기에 이루어진 벤처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산업재산권을 비롯한 기술력 확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이 꼽혔다.

중기청은 특히 창업 이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이 200곳이고 이 가운데 57.4%는 창업 7년 이내에 투자를 받아 초기 성장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천억클럽들은 일반 벤처기업(4.2)의 10배인 평균 43.5건의 특허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 또한 주요 성장 동력이었다고 중기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지만 천억클럽 수출증가율은 18.7%였다.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시작부터 세계 각국에서 두루 사용하는 바비큐 그릴을 중심으로 수출을 준비했고, 국내 유통의 경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벤처기업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홈쇼핑·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천억클럽 평균 업력은 23.4년이었고 창업 후 매출 1000억원 달성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7.4년으로 조사됐다. 창업 7년 안에 매출 1000원을 달성한 기업은 캐주얼 소셜게임을 개발한 더블유게임즈를 비롯해 생활가전기업 자이글, 화장품 제조업체 엘앤피코스메틱·카버코리아 등 7곳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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