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 삭감" 압박에 주민세 인상

2016-08-01 11:29:34 게재

경기도, 성남 뺀 30곳 올려 … 시민단체 "서민증세" 비판

행정자치부가 지난해부터 교부금(국비) 삭감을 빌미로 전국 지자체에 '주민세 인상'을 압박한 결과, 이달 1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이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정부가 "교부금으로 편법 서민증세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주민세를 동결했던 지자체들도 재정 패널티가 현실화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민세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중앙집권적 논리로 서민증세를 강행,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1일 경기도내 지자체들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실무회의 등을 통해 지자체의 재정확충 노력의 일환으로 교부세 패널티 강화, 주민세 탄력세율 반영률 상향 등을 추진하겠다고 통보했다. 4000~5000원 수준의 주민세가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며 주민세가 1만원 미만인 지자체에 보통교부세와 국고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지자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개인균등분 주민세는 매년 8월 1일 기준으로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세대주가 부담하는 지방세다.

수원·용인·고양·화성 등 불교부단체를 비롯해 의왕시 등이 올해부터 주민세를 1만원(지방교육세 25% 별도)으로 인상했다. 특히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행자부가 지난해부터 주민세 인상을 압박해 왔지만 기존 부과액으로 동결하고 버텨왔다. 그러나 최근 지방재정개편과 겹쳐 국고보조금 감액 등 재정패널티를 우려해 불가피하게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수원시와 용인시 등은 최근 개인균등분 주민세를 인상하면서 "행자부의 세율 현실화 권고와 물가상승 등의 여건을 고려해 인상을 결정했다"면서도 "중앙정부와 경기도로부터 보조금 지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 가운데 30곳이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했다. 유일하게 성남시만 시민 조세부담을 늘릴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전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13개 시군이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했다. 광양시가 지난해부터 6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여수 순천 나주 곡성 고흥 화순 장성 등 13곳이 내달부터 주민세를 1만원으로 올려 부과한다고 밝혔다. 장성군의 경우 지난해 주민세를 4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 세수가 7100만원에서 1억2200만원으로 5100만원 늘어났다. 그러나 장성군은 지난해 주민세 1만원 미만 인상에 따른 패널티 등으로 교부세가 2억7100만원 삭감돼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자 올해 1만원으로 또 다시 올렸다.

이미 강원도와 충북도는 전 시·군이, 경기와 경북 97%, 충남 93%, 경남 84% 등 전국 지자체의 94%가량이 주민세 인상을 완료했고 나머지 시·군들도 인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행자부가 지방교부세 인상을 빌미로 주민세 인상을 권고한 것은 중앙집권적 논리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경실련은 "교부세 삭감을 빌미로 한 주민세 인상은 4대강 등 국고낭비와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복지재정 압박을 지방정부에 전가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주민세는 소득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세금으로 서민증세 성격이 강한데 인상과정에 주민의견수렴 과정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