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전망 낙관적" 금통위도 우려

2016-08-04 10:39:15 게재

7월 금통위 회의서 지적

완화적 통화정책 공감

가계부채 증가세 '발목'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몇 년간 일부 국제기구의 성장 전망 하향 조정이 계속 반복돼 왔다"면서 "잠재성장률 하락, 대내외 불확실성, 하반기 낮은 성장 전망 등을 감안할 때 당행(한은)의 내년도 성장 전망이 다소 높게 제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매분기마다 하향수정한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석 달 만인 지난 7월 다시 0.1%p 낮췄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7월 2.7%)를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낮췄지만 여전히 다른 기관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를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2.6%), 한국금융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2.5%) 등이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향후 성장경로에는 상방 리스크와 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고 분석했는데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하방 리스크가 상방 리스크보다 커 보인다"면서 "금년 경제성장률이 일부 민간 예측기관의 전망과 같이 2% 중반을 하회할 가능성은 없느냐"고 관련 부서에 묻기도 했다.

7월 금통위는 지난달 14일 열렸으며 한은은 2주 뒤인 지난 2일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동결했다.

금통위원들의 발언을 분석하면 경기진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돈풀기)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 등 부작용을 우려해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월 금통위가 결과적으로는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지만, 금통위 내부에서는 여전히 추가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금통위원은 "그렇게 함으로써 하반기 중 예상되는 경기와 고용의 하방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적극적 대응은 산업구조 개혁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보완하고 뒷받침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것은 가계부채 등 부작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7월 의사록에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여러차례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등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가격 불안 확산 가능성에 유의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급증세를 보인 집단대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활황세와 관련된 집단대출 증가가 앞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대출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비은행 가계대출도 은행으로부터 이전된 대출 수요에 비해 증가폭이 과도하다"면서 "규제 실효성을 평가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