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즐겨요
[우리동네사람들 카페 루버월 김성수씨]
파주 출판단지 인근에 위치한 카페 루버월은 건물 자체의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발길을 끄는 곳이다. 건물의 무게중심이 기둥 쪽에 있어서 벽면은 외부 공간과 커튼처럼 가려주는 역할만 하는 커튼월 공법에, 루버(louver:긴 막대)가 건물 바깥을 감싸고 있다.
카페 루버월은 김성수씨가 꾸려가는 음악 카페다. 1층부터 3층까지 시원하게 트여 있어 음악의 울림이 풍성하다. 사람들은 “왜 아까운 공간을 낭비하냐”고 묻지만 김성수씨는 “저는 저 빈 공간을 쓴다”고 답한다.
다섯 마리 고양이와 부부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카페
루버월의 1층은 카페고 2, 3층은 주거공간이다. 2층과 3층은 김성수씨가 구조한 세 마리의 고양이와 입양한 고양이 2마리, 그리고 김씨 부부가 사용한다. 주거부분은 단출한 가족구성원만 품어주되 카페 공간은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처음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뜻이 잘 맞는 건축가를 만난 덕분이었다. 물리적으로는 높은 공간이면서 정신적으로는 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바람은 카페 공간에서 특히 잘 구현됐다.
1층 카페 공간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그리 많지 않다. 건물이 그런 것처럼 사람이 앉았을 때도 마치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인다.
김성수씨는 “처음 제안했던 공간은 충분히 확보됐다. 물리적으로 더 보완할 점보다 오히려 제가 쓸데없이 더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제 삶의 정신적인 부분에서 더 뺄 것은 없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공간이지만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카페 메뉴의 가격 부담은 줄였다. 핸드드립 커피와 주스, 머랭 등 디저트 메뉴들이 저렴한 것도 카페 루버월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서향 대지의 단점 보완한 커튼월·루버공법
카페 루버월은 간판이 낮고 뚫려 있는 콘크리트 담과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블록과 같은 색깔의 간판이 담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간판은 잘 안보이지만 건물이 특이해 사람들이 찾아가는 집이다. 즉 건물 자체가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카페 루버월은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빛이 들어온다. 정서향의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AND 건축사무소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건물 서쪽부터 남쪽까지 이어지는 커튼월과 루버는 여름철에는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고 겨울에는 적은 빛을 충분히 담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은은하게 내부를 밝혀주고 있다. 커튼월과 루버의 곡면 구간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태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름은 어떻게 이동하며 빛이 얼마나 비쳐야 좋은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건물. 덕분에 카페 루버월은 지역의 명소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주거 공간에는 하늘로 열린 창문, 카페가 내려다보이는 창, 멀리 풍경까지 한 눈에 보이는 창이 있어 시원스럽다.
문화예술 사랑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고파
대지가 서향이라는 불리한 입지 조건에서 카페와 주거 모두 뜨거운 햇볕은 적게 받고 채광과 조망은 충분하게 확보한 건물.
루버월의 아름다움은 ‘사는 공간’에 대한 김성수씨 부부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소설을 쓰기도 했고 책 편집 디자인과 음반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던 김성수씨는 자신을 ‘어느 특정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유미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에게는 책 자체도 아름답고 음악, 건물, 동물도 모두 아름다움의 대상이다.
카페 루버월을 커피향기와 음악, 설치미술을 통해 건물이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고 싶다는 김성수씨.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고양파주 주민들과 함께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즐기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라도 좋다. 그 계절에 딱 맞는 자연 채광, 목재로 마감된 벽면을 춤추듯 누비는 음악을 들으며 텅 빈 공간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러 카페 루버월로 나들이 한 번 해보면 어떨지.
영업시간 오전 10:30~오후 9시
메뉴 아메리카노, 파니니, 머랭 등
휴무일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