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인물 열전│⑨ 안희정 충남지사
'유능한 참모'에서 '대선후보'로
'충청대망론' 백만원군
차차기 이미지가 발목
올해 초까지만 해도 '차차기' 이미지로 2017년 대선에선 논외로 여겨졌던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목하는 시선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 6월 "연말쯤 대선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안 지사 행보에도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정치권 방문이 부쩍 늘었고, '건국절 논란' 등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당내에선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안 지사를 '유력한 대선후보'로 추켜세우고 있다. 안 지사 역시 "김대중·노무현대통령이 다 이루지 못한 그 미완의 역사를 완수하겠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충청 유권자의 수혜주 = '불펜투수'나 '보완재' 정도로 여겨졌던 안 지사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차기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하나로 성장해서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고 노무현대통령의 정치역정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참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과 충남지사에 연거푸 당선되면서 일약 '차세대 주자'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친노 진영이 '친문과 친안'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친노 진영의 한명에 불과했던 안 지사가 몇 년 사이 독자세력을 이끄는 '좌장 반열'로 급성장한 것이다.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안 지사가 흩어져 있는 '486정치인'들을 결집시킬 흡입력도 지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재 더민주 내 486정치인은 '민평련(고 김근태 고문 측)'과 친노·친문, 비주류 등으로 흩어져 있는데 안 지사가 이들을 결집시킬 역량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 가능성에 불과한 얘기지만 현실화만 된다면 안 지사는 '한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도약하게 된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안 지사가) 차세대 정치인을 하나로 묶을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에 합류하기 전부터 안 지사의 가능성을 눈여겨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지역도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충청 지역민의 강고한 지지도 역시 안 지사의 큰 정치적 자산이다. 안 지사에 대한 충청 유권자들의 기대는 이번 4·13총선에서 우군들을 당선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무명에 불과했던 안 지사 비서실장 출신 조승래 의원(더민주, 유성갑)이 당당하게 여의도에 입성했고, 충남 부지사 출신인 김종민 후보(논산·계룡·금산)도 불사조로 불리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을 물리치는 파란을 연출했다.
조승래 의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소통을 잘하는 리더십과 충청대망론이 결합되면서 지역에서 안 지사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안 지사는 내일신문 '대선후보 이미지 조사'에서도 '소통과 국민통합(14.7%)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재인·반기문이 넘어야 할 큰 벽 = 왕성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안 지사에게는 여전히 '차차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한국적 상황에서 52세라는 나이도 그렇지만, 친노 진영에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충청대망론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안 지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이나 충청지역과 달리 국민에게 대통령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내일신문의 '대선 이미지 조사'에서 '안 지사가 무엇을 잘 해낼 수 있는지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53.9%나 될 정도다.
출마를 위해 굳이 도지사직을 내놓을 필요는 없지만 정말 출마한다면 '도정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같이 첩첩산중의 장애를 벗어나려면 '친노 진영의 절대적 지지'와 '안 지사를 중심으로 한 충청대망론'이 퍼져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야권의 경선 룰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이번에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말한 조 의원은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친노와 충청대망론 때문에 안 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