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인물 열전│⑪ 유승민 의원

친박이 만들어준 주자, 홀로 설 힘 있나

2016-08-23 10:58:31 게재

'개혁' '소신'은 자산

TK조차 참모로 인식

유승민(58·새누리당·대구동을) 의원의 지인은 그에 대해 "숨어 있는 진주"라고 했다. 그의 개혁성과 소신을 높이 산 평가다. 그는 더 이상 '숨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지난해 원내대표 파동과 이번 총선을 지나면서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이 그를 '찍어 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를 주자로 키워준 셈이 됐다. 한국정치사는 큰 정치인은 순경보다 역경에서 빛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복당 소감 밝히는 유승민 의원 | 새누리당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이 7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복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대선도전 아직 결정 안해 = 유 의원은 아직 대선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군 가운데 중간 정도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따로 캠프를 차리지도 않았고 지지자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 내에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도 않다. '단기필마'인 그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일신문의'대선후보 이미지 조사'에서 그는 반기문 김무성에 이어 경쟁력 있는 차기 대선후보로 꼽혔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가 30대·강원제주·진보성향·야권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이다. 다른 새누리당 후보들이 영남과 보수성향을 주요 지지층으로 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유 의원을 잘 아는 여권인사는 "과거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패배한 것은 보수일변도 였기 때문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은 복지 등 중도와 진보를 공략하는 정책을 선점했기 때문"이라며 "유 의원의 가장 큰 경쟁력은 확장성"이라고 했다. 보수 일색의 새누리당 후보로는 내년 대선에서 가망이 없기 때문에 대선 승리를 바라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그를 떠받들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해석이다.

◆보수개혁의 아이콘 =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소신'이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그가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비판하면서다. 그는 당시 정부의 IMF 대책이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해 징계를 받는 등 정권의 미움을 샀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는 2000년 그를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했다. 2005년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고 현재의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섰다. 당시 정권실세 이강철씨와 맞붙어 배지를 달았다.

그는 지난 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대중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합의의 정치를 이루자'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그가 주장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보수개혁' 등은 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

그의 뚝심은 지난 총선에서도 발휘됐다. 친박의 '탄압'은 그를 큰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와 관련해 언론인터뷰를 통해 "민심이 돌아서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데, 왜 버티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현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력갱생 힘 부족 = 유 의원의 개혁성과 독자적 행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보수 개혁'은 불가피하게 당내 기득권세력과 충돌한다. 뚜렷한 계파가 없고 친박, 경우에 따라서는 비박계로부터도 고립될 수 있다. 당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밑천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측근들은 박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친박계의 거부감은 시간이 가면 해소될 것"이라고 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TK를 대표하는 차기주자로 발돋움했음에도 불구하고 TK유권자로부터도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한계로 꼽힌다. 내일신문의 '대선인물 이미지 조사'에서 유 의원에 대한 TK의 지지도(9.9%)는 여권 주자군 중에서도 아랫순위였다. 반기문(45.1%)은 고사하고 김무성(15.4%), 오세훈(14.2%)에게도 못미쳤다. 대구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대구 유권자들은 유 의원을 여전히 대장이 아니라 참모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인물 이미지 조사'에서 유 의원은 '국민통합과 소통'(19.0%), '경제성장'(11.8%), '양극화 해소'(8.0%)를 잘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른다'는 응답이 46.4%나 됐다.

유 의원이 대선주자 반열로 올라서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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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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