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찾아 발로 뛰는 타악기 연주가
[ ‘달려라 런 버스킹’ 한상현 교수]
지난 9월 29일 관람객이 직접 악기도 만져 보고 연주도 해볼 수 있는 타악 콘서트가 고양시 ‘참사랑노인요양센터’에서 열렸다. 이 공연을 기획한 사람은 음악으로 문화예술 나눔 사업을 실천하는 (사)대한민국청소년음악마을예술단의 총감독이자 백제예술대학교 음악과 교수인 한상현씨다. 이날 평소 문화생활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들은 악기(미림바, 글로겐슈필, 실포폰 등)를 신나는 음악과 함께 타악기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많은 악기들이 왜 전문 연주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까?
한상현 교수는 악기 렌탈 사업과 음악 스튜디오 사업체인 ‘PTS'의 기획 팀장이자 이곳에서 만든 (사)대한민국 청소년 음악마을 상임이사, 또 백제예술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한 교수는 음악대학 타악기전공 이후 17년째 공연활동(공연예술 비트인)을 하고 있다. 창단 이후 누적 공연 횟수 약 3,000여회를 기록하면서 대중들에게 타악기가 더욱 친근한 악기라는 것을 소개하는 타악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교수는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이 쉽고 흥미롭게 타악기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로 대학교에서 클래식 및 모던 성악전공 학생들에게 타악기를 통한 기초리듬교육을 하게 됐습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그 공연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을 대상으로 타악기 교육을 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연주하는 법이 떠오를 때마다 정리해 두었고 그 자료들이 모여 현재 저만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된 것이죠”라고 한다.
런(Run)-버스-킹(King)이란 ‘달리는 예술버스‘란 뜻이다. 한 교수가 소속된 PTS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타악기를 보유한 렌탈 전문 업체이다. 국내 아티스트의 연주회 및 대중가수콘서트, 심지어 내한공연 콘서트까지 음악 모든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교수는 “그러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많은 악기들이 왜 전문 연주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까? 하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평소 악기를 경험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문화소외계층에게도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한다.
창고 안의 많은 타악기, 제대로 쓰여 지니 보람 있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을 무대로 총 20여 회의 공연을 개최해온 ‘런 버스킹’은 그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약 2,000여 명의 관객을 찾아가 공연을 펼쳐왔다.
한상현 교수가 이렇게 의미 있는 봉사를 하게 된 데에는 ‘PTS' 박창태 대표의 열렬한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박창태 대표는 한 교수의 스승으로 1995년 열악한 우리나라의 공연문화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PTS'를 설립했다. 이후 현대 음악연주자들에게 필요한 악기 및 장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개선하면서 19년이란 긴 시간동안 많은 음악공연과 도서출판, 악기제작 사업으로 우리나라 공연계를 이끌어왔다. 박창태 대표는 제자인 한상현 교수의 뜻과 취지를 팍팍 밀어주는 든든한 지원자이다.
한 교수는 “PTS는 박 대표님이 평생 모으고 직접 만든 3만 여대의 악기를 보유하고 있어요. 덕분에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타악기를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게 돼 감사하지요. 고가의 장비인데도 스승님은 그런 것 걱정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악기는 망가지면 고치면 된다고 오히려 용기를 주는 분입니다”라고 고마워한다.
이렇게 든든한 후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바쁜 일정을 쪼개 봉사연주를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봉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타악기라는 것이 우선 초보자들도 누구나 쉽게 두드릴 수는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경계심 없이 체험해보기 쉬운 악기예요. 장애인들도 처음엔 쭈뼛거리다가도 나중엔 즉흥연주에 금세 몰입합니다. 두드리는 일만큼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힐링이 되는 작업이 있을까요?(웃음) 예전 어머니들이 다듬이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처럼 말이지요.(웃음) 연주를 할 줄 몰라도 그냥 두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열게 되고 우울감이 사라지는 효과가 바로 눈앞에서 느껴집니다.”
제자들에게 현장에서 관객과 음악적 소통 나눌 기회 제공
한 교수는 ‘런 버스킹’에 백제예술대학교 음악과 제자들과 동행해 학교에서 교육받고 훈련된 레퍼토리를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찾아가 실습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현장에서 기획에 참여토록 해 관객과 함께 음악을 통한 직접적인 소통을 나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놀랄만한 성취감으로 바뀌리라 기대해 봅니다.”
사실 보람과 성취감 이전에 악기 운송비부터 설치, 연주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일이라 지원 사업을 정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터. 한 교수는 “경제적으로 현실적인 부분을 감당하기 위해 현재로서는 국가 지원 사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2년 연속 선정돼 그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문화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과 군부대, 그 밖의
문화적 소외를 겪고 있는 곳, 순수예술관람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됐죠”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며 또한 제자들과 함께 꿈을 이루어나가는 현실적인 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앞날의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