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대통령이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어요"

2016-10-27 11:04:06 게재

전국 시민단체·대학가 '대통령 탄핵·하야' 촉구 잇따라 … 학생들 이어 교수들도 시국선언 나서

"내가 찍은 대통령이 나를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어요." 서대문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40대 중반 여성의 말이다. 그는 "이런 사람을 내가 찍었다는게 창피해 하루 종일 내 손등을 몇 번이나 때렸다"고 말했다. 박근혜 팬이었다는 50대 여성도 "최순실과 관련해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전국이 배신감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규탄이 잇따르면서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쳤다. 박근혜를 지지했던 시민들의 마음도 돌아섰다. 분노에 찬 국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최순실 게이트' 대학생 시국선언 |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성역없이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민주주의국민행동(민주행동)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행동은 "박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관련된 기밀들을 개인 최순실에게 알려 현행법을 어겼고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잃었다"며 "박 대통령 사퇴, 야3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새누리당의 동참,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아우른 비상시국회의 결성"을 촉구했다.

부산지역 참여자치시민연대 등 4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부산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의 지시를 받는 아바타 대통령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경남민주행동 등 경남지역 6개 시민단체 대표단은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을 사유화한 박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임을 포기했다"며 "더 이상 국정을 맡겨둘 수 없으니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지역 시민들은 최씨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사전에 검토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구속자회·부상자회)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광주 시민과 5·18 희생자를 우롱한 것에 경악한다"며 "박 대통령은 5·18 기념사가 유출된 국기 문란 행위를 사죄하고,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등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시국선언이 전국 대학가에 번지고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입학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제일 먼저 발표했다. 이대 총학생회는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우리는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며 "성역없는 조사로 현 사태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비선실세의 권력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국기를 흔드는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며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서강의 이름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말라"고 촉구했다.

경희대와 건국대, 동덕여대 총학생회, 부산지역 대학생과 청년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했다. 한양대와 고려대, 동국대 총학생회는 27일, 한국외대와 홍익대는 28일 시국선언을 할 계획이다. 대부분 비운동권 출신들로 구성된 경기지역 14개 대학 총학생회도 국정농락 사건을 좌시할 수 없다며 시국선언에 나설 예정이다.

대학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성균관대학 교수 20명은 27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국기를 문란한 비정상적 사태가 부끄러울 뿐"이라며 "현재의 대통령은 국가를 이끌 수 있는 능력과 양심을 갖추지 못했으니 현 정부 총사퇴와 거국내각구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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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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