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만 촛불의 또 다른 외침

2016-11-24 10:49:35 게재
지금 국민은 2014년 4월 16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묻고 있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 갇혀 있던 304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차디찬 바다 한가운데에서 국가의 구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단 한명의 국민도 구하지 못했다.

정부는 탑승객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했다. 우왕좌왕하는 이들을 지휘하고 탑승객 구조와 수색에 전력을 다해야 했던 대통령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7시간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 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발언을 해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구조의 콘트롤 타워가 됐어야 할 대통령이 간단한 현황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청와대, 입증할 만한 자료 하나도 내놓지 않아

논란과 의혹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19일 오보와 괴담을 바로잡는다며 '세월호 7시간, 대통령 어디서 뭘 했는가'라는 글을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에 신설한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에 전면 게시했다. 청와대는 이 글에서 자신들의 구조지시가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했거나 혼선이 있었던 원인을 모두 언론 탓으로 돌리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의혹만 더욱 확산시켰을 뿐이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이 '전원 구조'를 보도한 당일 11시 3분경, 해경은 청와대 안보실에 '전원 구조'가 사실이 아님을 수차례에 걸쳐 보고했다. 언론의 전원구조 보도가 오보임을 청와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이유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또다시 벌이고 있는 것이다.그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통화기록, 녹음기록, 서면전달 내용 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이번 해명에서 청와대는 참사 당일 오후 12시 50분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10분간 통화했다는 새로운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그러나 참사를 처음 보고 받은 오전 10시부터 중앙대책본부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오후 5시경까지 왜 머물던 관사에서 나와 관계자들과 대책 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고,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밝힐 일이 많은데도 정부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더이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사회를 건설하자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로 설립된 국가기구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끊임 없이 방해해 왔다. 조사 활동 예산의 90%를 삭감하고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지난 9월말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켰고 지난 11일에는 조사관들이 사용하고 있던 사무실마저 강제 폐쇄했다. 이는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한 특별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진상규명에 대한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행위다.

예산 없어도 조사관들은 계속 출근

정부가 특조위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으로 진상규명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특조위 위원들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관들도 출근을 계속 이어가면서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를 다지고 있다.

6월 말 이후 정부의 조사활동 강제종료 조치로 조사관 급여를 포함한 모든 예산 지급 중단, 노골적 자료제출 거부와 조사불응이 이어졌지만 특조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사를 지속했고 3차 청문회도 개최했다.

조사관들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에 대한 조사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또한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제 모임과 연대하면서 역량도 극대화시킬 것이다.

김형욱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언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