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없고 '자화자찬'만 있었다

2017-01-10 11:21:20 게재

현정부 마지막 업무보고

정책 실패에는 눈 감아

국정농단 사태로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정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반성 없이 성과만을 드러냈다.

'474'(잠재성장률 4%,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고용률 70%) 목표 달성 실패나 경제민주화 중단에 따른 부작용 등 정책실패, 최순실게이트를 만든 각종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 국무회의 참석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은 "유엔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는 등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를 지키고 추경편성,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구조조정 대책 등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지난 1년을 자평했다.

◆'민생고' 국민들에 내놓은 성과들 =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분야(튼튼한 경제) 업무보고에서 황 권한대행은 별도의 성과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2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3차례의 추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보완하는 한편, 신산업 육성, 규제개혁, 산업·기업 구조조정 등 새로운 미래희망 찾기도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 △외국인투자액 2년 연속 200억 달러 기록 △역대 최고수준의 국가신용등급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1월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

'일자리 및 민생안정' 업무보고에서는 "지난 4년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교육개혁과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복지예산 확충,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도입 등 사회 안전망 강화와 함께 4대악 근절, 일-가정 양립 등을 제시하며 "그간의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성장동력'과 '굳건한 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는 성과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자리잡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역대 최대규모의 벤처·창업 붐 △국가 대표 브랜드 된 문화콘텐츠 산업 △중요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한 관광산업 △미래성장동력 가능성을 보여준 농수산식품산업 등을 언급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 억제 △주한미군 사드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추진 △북한인권법 제정 △사회통합형 탈북민 정착지원대책 수립 △대북 압박구도 공고화 △보훈처의 호국정신 함양 등을 띄워놓고는 "정부는 최선을 다해 뛰어왔고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고도 했다.

◆눈감은 4년간의 그림자 = 황 권한대행의 발언 중 지난 4년간 드러난 '그림자'는 없었다.

박 대통령 임기 중 3번에 걸친 추경편성은 성장률 전망치를 부풀려 세수를 늘려 잡은 탓인데도 '경기보완정책'으로 둔갑시켰다.

경제성장률 저하, 청년실업 증가, 저출산 심화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일방통행식 대북제재와 한일군정보보호협정 체결, 사드 배치, 노동 입법 강행에 따른 갈등 고조뿐만 아니라 초이노믹스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 계속 미뤄왔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정책 실패를 꺼내지 않고 묻어뒀다. 국정교과서, 한일위안부합의 이행 등 예민한 '성과'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엔 해오던 대로 = '반성'이 없다는 것은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들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얘기다. 황 권한대행이 '일관성'과 '공백 없는 국정운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업무보고 내내 황 권한대행은 "그간 추진해왔던 개혁과제와 정책들을 현장에 안착시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기"를 주문했다.

그는 "국민들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고 있다"며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 생각하고 제반여건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 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황 권한대행의 뿌리는 박근혜정부로 정책 일관성은 불가피하다"면서 "오히려 안보 등에서 북한을 더욱 자극하거나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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