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탄핵심판 직전 대통령이 사퇴한다면
헌재 심판 계속해 결론낼 가능성 높아
구체적 규정없어 재판부 결정 영역 … 대통령 사퇴 가능성도 낮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판부가 최종 판단없이 심판을 종료할 가능성은 낮다. 탄핵이든 기각이든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직자 탄핵심판중 사임 불가능 = 박 대통령이 사임하는 경우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따지기 위해선 단계별로 세가지 문제를 따져야 한다.
우선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의 사임 자체가 가능한지 문제다. 탄핵소추 대상자의 사퇴와 관련해 국회법 134조 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탄핵소추된 공직자가 사임이나 해임을 통해 탄핵심판을 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처럼 임명권자가 없는 공직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탄핵심판을 피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이 임명권자가 있고 없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사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나온다. 반면 국회법 조항을 규정대로 해석한다면 따로 임명권자가 없는 대통령의 경우 탄핵심판 중에도 사임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공직자와 달리 대통령은 사임이 가능하다고 할 경우, 진행 중인 탄핵심판인 어떻게 될 지는 또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법 53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탄핵심판청구가 이유있는 경우 헌재가 파면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미 공직자가 파면됐다면 심판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해 대통령이 사퇴하는 경우에도 심판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반면 사퇴와 파면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는 점과 헌법재판의 객관적 측면을 고려해 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곧 변론을 종결하고 최종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충분히 진행된 단계에선 절차 진행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의 사퇴로 국회가 심판청구를 취하했을 땐 심판절차종료선언의 형식으로 탄핵심판은 중단된다.
◆헌법재판소 '만약의 경우' 논의한 듯 = 대통령의 사퇴시 탄핵심판이 계속 진행된다 해도 최종 결정을 어떤 형태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재판부가 탄핵심판청구를 이유있다고 판단해도 이미 대통령이 사퇴한 상황이라 파면결정이 가능한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 경우 '대통령의 행위가 위헌·위법임을 확인한다'라는 식으로 단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명문 규정이 없는 점이 또 문제다.
관련 규정들이 구체적이지 않아 견해가 갈리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사임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3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탄핵소추는 기각되는 상황이고, 다음달 13일 이정미 재판관 퇴임 후에는 2명의 재판관만 반대하면 기각결정이 나온다.
탄핵심판의 국가적 중대성이나 헌재 재판부 구성의 중요성 등의 문제에 눈을 감는다면, 대통령 측은 시간을 끌고 마지막까지 기각을 주장하는 게 유리하다. 결과를 예측해 미리 사퇴하는 것은 지금까지 대통령 측이 보여준 행보에 비춰볼 때 예상하기 힘든 경우에 속한다.
그럼에도 결정 선고에 임박해 파면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사퇴한다면 헌재로서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헌재 안팎에선 재판부가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거나 중대한 국익에 관계된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결론을 내리려 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이 사퇴하는 경우에 대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