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원하는 누구라도 도감청 가능"
▶"미 CIA, 스마트폰·TV 이용 도감청 의혹" 에서 이어짐
CIA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CIA는 러시아 등 적국을 사이버침략자로 지목할 수 있는 '위장술책'(false flag) 공격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위키는 "CIA의 RDB(원격개발팀)은 러시아연방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악성코드를 훔친 뒤 보유 관리하고 있다"며 "CIA는 자체적인 사이버공격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훔친 사이버공격기술을 실행한 뒤 일부러 흔적을 남겨 적국에 책임을 넘기는 방식으로 사건을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킴닷컴(Kim Dotcom)도 트위터에서 "CIA는 적국이 사이버공격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러시아가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해킹했다는 CIA의 주장이 헛소리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사이버공격 주범으로 비난했지만, CIA는 러시아 내 모든 소비자 가전제품에 도감청장치를 심을 수 있다"며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위키 측 공개정보에 따르면 CIA는 최신 자동차와 트럭에서 사용하는 주행조정 스마트 시스템에도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온라인매체 제로헷지닷컴은 2013년 6월 18일 새벽 종군기자인 마이클 해스팅스가 차량 사고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외부의 개입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해스팅스가 탄 벤츠는 중앙선을 넘어 나무를 받은 뒤 불길에 휩싸였고, 그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고급차량인 벤츠 운전자가 즉사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사고조작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제로헷지에 따르면 해스팅스 기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종군하며 미국 정부와 미군의 치부나 비리를 캐낸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사고가 나기 13시간 전 해스팅스는 소속언론인 버즈피드에 이메일을 보내 "정보기관이 내 주변을 탐문하고 다닌다. 현재 큰 건을 취재중인데, 한동안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LA타임스는 "해스팅스가 섹스스캔들로 낙마한 CIA 전 국장 데이빗 페트레이어스와 관련해 취재중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미국 영사관이 CIA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해킹본부로 활용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이 충격적이고 민감한 정보의 유출 동기에 대해 위키는 "정보유출자는 CIA의 해킹능력이 부여된 권한 이상으로 과대해지면서 대중을 전방위로 감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는 "폭로 내용은 문서의 일부분"이라며 "언론인과 시민단체들이 발품을 팔아 나머지 문서 내용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CIA와 함께 미국 첩보공작의 양대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국(NSA)은 20억달러를 들여 유타주에 인터넷 클라우드 '적란운' 단지를 조성중이다. 전 지구의 이메일, 휴대폰 등의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 센터로, 제타바이트의 자료를 저장할 수 있다. 제타바이트는 1조1000억 기가바이트(GB)에 해당된다. 3MB 안팎의 MP3 노래 281조5000억 곡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온라인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의 2012년 3월 15일 보도에서 NSA 전 직원 윌리엄 비니를 인용해 NSA의 영장없는 불법 도감청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비니는 당시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NSA는 헌법을 정면 위반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든 목표대로 할 것이고 그에 방해가 된다면 누구든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안팎의 불법도감청 프로그램인 '스텔라윈드'는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며 "미국 내 전화통화는 물론 이메일까지 샅샅이 뒤진다. 프로그램 시작 초기인 2000년대초 하루 도감청으로 저장되는 미국 내 통화량만 3억2000만 통화에 달했다"고 폭로했다.
2000년대초 2억2000만 통화였다면, 2017년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을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매체 이코노믹컬랩스는 "불행하게도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은 테러리스트를 상대로만 실시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NSA가 점찍은 누구라도 도감청 대상이 될 수 있으며, NSA는 대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만 갖고 있다면 지구촌 그 누구라도 도감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 측의 이같은 폭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도청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도청 의혹에 대한 수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언론이 이번 도청 의혹을 편파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세라 허카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과 러시아의 유착 관계는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물타기 전략으로 의심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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