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치분권대학'으로 미래 준비하자
2017-03-28 10:51:57 게재
밀레니엄으로 기억되는 2000년, 자치분권과 관련한 중요한 보고서 발표가 있었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 귀도 베르투치(Guido Bertucci) 처장은 '분권화: 성공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분권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을 첫째 분권화 과정을 이끌어주는 입법 체계, 둘째 재정 분권화, 셋째 인적자원 개발, 넷째 시민참여 활성화로 요약했다.
그 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2017년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에서는 '자치'와 '분권'이라는 단어조차 아직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다. 지방분권을 단순하게 재정 나눠먹기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지방자치를 국가에 반하는 사람들이 꾸미는 무엇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자치와 분권이 지역주민의 생활과는 무관한 정치영역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자치분권' 제대로 배워본 적 없어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의 등장은 흥미롭다. 이 용어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직후 학계와 언론에서 시·도나 시·군·구의 자치기관을 지방정부라고 부르자 당시 대통령이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주문한 데서 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원래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지방자치정부(Local Self-Government)'라는 용어는 1849년 툴민 스미스(Joshua Toulmin Smith, 1816~1869)라는 학자가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도 자치와 분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재한 탓일 것이다. 지금은 자치분권이 실현된 많은 나라들에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은 '정부'가 아닌 '단체'다.
자치와 분권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자치와 분권을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민자치활성화가 어렵고, 주민참여예산제가 민원해결용 예산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게다가 기존의 자치분권관련 교육도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지방행정연수원의 지방공무원 교육은 중앙정부를 따르는 지방공무원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많은 지방정부들 역시 자치분권 교육에 힘을 쏟고 있지만, 현안과 모범사례 나열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자치분권대학이다. 왜 지방과 지역이 중요한가를 배우고, 주민의 입장을 반영하는 정책을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다.
또한 자치분권대학은 지방정부들 스스로가 협력하며 만들어나가는 자치분권 교육모델이자 최초의 결실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지방에 맞는 지방공무원과 인재를 육성하고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사람을 직업 등으로 구분하지 않겠다는 자치분권대학만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치분권대학은 2월 9일 보고회를 통해 지방의 입장에서 지방에 필요한 공무원을 교육하고,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진정한 자치분권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올 3월부터는 서울 도봉캠퍼스를 시작으로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27개 회원 시·군·구와 용인에서 강좌가 열릴 예정이다.
자치분권대학은 지방정부 스스로 만드는 교육모델
이제 243개 모든 지방정부들이 나설 때가 됐다.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 나간다면 2017년은 자치분권사회가 정착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툴민 스미스는 "중앙집권화(Centralization)는 자유라는 커다란 우주수(宇宙樹, Yggdrasil)의 뿌리를 갉아먹는 나쁜 용과 같고, 지방자치정부는 우주수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대지의 샘물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마르지 않는 자치분권교육의 샘물을 공급하는 지방정부들의 노력을 보여줄 때다.
김윤식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장 시흥시장
그 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2017년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에서는 '자치'와 '분권'이라는 단어조차 아직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다. 지방분권을 단순하게 재정 나눠먹기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지방자치를 국가에 반하는 사람들이 꾸미는 무엇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자치와 분권이 지역주민의 생활과는 무관한 정치영역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자치분권' 제대로 배워본 적 없어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의 등장은 흥미롭다. 이 용어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직후 학계와 언론에서 시·도나 시·군·구의 자치기관을 지방정부라고 부르자 당시 대통령이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주문한 데서 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원래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지방자치정부(Local Self-Government)'라는 용어는 1849년 툴민 스미스(Joshua Toulmin Smith, 1816~1869)라는 학자가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도 자치와 분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재한 탓일 것이다. 지금은 자치분권이 실현된 많은 나라들에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은 '정부'가 아닌 '단체'다.
자치와 분권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자치와 분권을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민자치활성화가 어렵고, 주민참여예산제가 민원해결용 예산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게다가 기존의 자치분권관련 교육도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지방행정연수원의 지방공무원 교육은 중앙정부를 따르는 지방공무원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많은 지방정부들 역시 자치분권 교육에 힘을 쏟고 있지만, 현안과 모범사례 나열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자치분권대학이다. 왜 지방과 지역이 중요한가를 배우고, 주민의 입장을 반영하는 정책을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다.
또한 자치분권대학은 지방정부들 스스로가 협력하며 만들어나가는 자치분권 교육모델이자 최초의 결실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지방에 맞는 지방공무원과 인재를 육성하고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사람을 직업 등으로 구분하지 않겠다는 자치분권대학만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치분권대학은 2월 9일 보고회를 통해 지방의 입장에서 지방에 필요한 공무원을 교육하고,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진정한 자치분권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올 3월부터는 서울 도봉캠퍼스를 시작으로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27개 회원 시·군·구와 용인에서 강좌가 열릴 예정이다.
자치분권대학은 지방정부 스스로 만드는 교육모델
이제 243개 모든 지방정부들이 나설 때가 됐다.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 나간다면 2017년은 자치분권사회가 정착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툴민 스미스는 "중앙집권화(Centralization)는 자유라는 커다란 우주수(宇宙樹, Yggdrasil)의 뿌리를 갉아먹는 나쁜 용과 같고, 지방자치정부는 우주수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대지의 샘물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마르지 않는 자치분권교육의 샘물을 공급하는 지방정부들의 노력을 보여줄 때다.
김윤식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장 시흥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