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신정동 ‘동네발전소 협동조합’

골목마다 사람이 모이게, 동네마다 발전소가 생겨나게

2017-05-12 10:05:26 게재

대문을 열고나오면 집 앞 골목이 곧 놀이터가 되고 회의 장소가 되고 카페도 되던 시절이 있었다. 골목은 사람 사는 모양새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골목이 북적이면 마을이 활기차다는 증거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냄새 가득한 골목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이들이 있다.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은 사람이 모이고 골목이 살아나는 세상을 꿈꾼다.

 

골목이 살아야 동네가 산다
신정동 골목길에는 님비현상도 없이 슬그머니 생겨난 발전소가 하나 있다. ‘동네발전소’라 불리는 이곳은 마을의 강사, 1인 기업가, 자영업자 등 약 2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은 골목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골목을 마주하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재능으로 소통하며 상생하는 길을 추구하고 있다.
발전소를 세운지 3년 째, 그동안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은 크고 작은 사업과 모임들을 통해 골목에 사람냄새를 채워 넣었다.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의 방수준 소장은 “골목을 살려 동네를 복원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것이 동네발전소의 궁극적인 비전”이라며 “점차 소외되고 있는 ‘골목’이라는 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끼리 재능을 공유하며 재능 나눔을 통해 나온 가치 있는 결과물을 동네 곳곳에 환원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네발전소’는 이를 위한 장소 제공과 기획, 교육, 홍보 등의 골목 플랫폼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골목활성화 위한 재미있는 아이디어 쏙쏙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에서 추진한 사업들은 상당히 재미있고 독특하다. ‘골목에 판을 벌려 지역을 살린다’라는 취지로 만든 동네 축제 ‘골판지’는 상업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시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장인가게위원회’는 골목의 스타 장인가게를 발굴하고 계승하는 사업으로 이른바 ‘골목판 미슐랭 가이드’로 불리고 있다.
골목상권 및 독립 자영업자들을 돕는 경제, 경영 관련 강연인 ‘상생콘서트’와 동네발전소와 마을이야기를 유익한 이슈로 꾸며진 팟캐스트형 골목 마케팅 미디어 ‘골짜기’, 새로운 마을을 발굴 및 개척하는 ‘콜럼버스의 마을탐험’, 골목의 장인가게에서 식사하며 지혜를 나누는 멘토와 멘티와의 만남인 ‘맛 테이블’ 등도 있다.
‘스토리 쿠폰 북’은 동네 독립 자영업자들의 진솔한 이야기 및 철학과 소신이 담긴 내용과 함께 감각적인 디자인을 결합시켜 만든 할인쿠폰북이다. 사장과 손님의 관계에서 나아가 사람사이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홍보용 책자인 셈. 광고나 기획력이 부족한 골목의 소외된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이를 통해 상인들을 골목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면서 주민들에게는 좋은 가게를 알리고 있다. 앞으로 사업의 내용을 보완해 지속적으로 스토리 쿠폰북을 발행할 계획이다. 
‘동네발전소 협동조합’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동네야학당’은 골목의 유휴공간을 빌려 동네주민들이 강사가 되고 수강생들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재능 나눔 프로젝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업은 직장인들의 퇴근 후인 저녁시간대에 이루어진다. ‘동네 야학당’의 수업에는 모든 강사와 수강생들에게 소셜 미션이 주어진다. 방수준 소장은 “자기계발이나 관계 형성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결과물로 동네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소셜 미션”이라며 “일례로 일러스트나 캘리그라피, POP 등의 수업을 받은 후에 가게의 메뉴판을 만들어 주는 식으로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진, 미술, 공예, 음악, 요리, 인문학 등 15개의 알찬 강좌를 준비해놓고 7기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솔로 야학당 개설로 1인 기업 ‘퍼스널 브랜딩’ 돕고파
‘동네발전소’는 동네 상인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과 함께 골목을 기반으로 한 관계망을 지속적으로 맺을 계획이다. 특히 1인 기업이나 사업자들을 골목의 주체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골목에서의 경제활동과 더불어 공동체를 위한 나눔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중 하나가 현재 추진 중인 ‘솔로(solo) 야학당’이다. 방수준 소장은 “‘솔로 야학당’은 동네 야학당의 변형 버전”이라며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1인 기업가들은 자신의 가치를 홍보하거나 능력을 상승시킬 힘이 부족하다. 따라서 디자인, 마케팅, 교육, 요리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이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돕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양천구를 비롯한 전 지역에 ‘동네발전소’와 같은 소셜 플랫폼이 건립돼 사람이 모이고 재능이 모이고 마을이 살아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방수준씨(동네 발전소 소장)

1인 기업가 시대를 맞이하여 홀로 고군분투하는 프리랜서 강사, 경력단절 주부들, 소호 창업가들을 돕고 이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골목상권과 동네를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
동네 주민들과 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따뜻한 가치를 동네 곳곳에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헌씨(문화예술축제 프로그램 기획/운영)

주민들에게 ‘동네발전소’의 역할을 잘 전달하고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지요.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보다 ‘동네발전소’의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거기에 따른 미디어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요. 팟 캐스트 ‘팟맛나는 사람들’이라는 마을미디어를 통해 골목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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