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진보진영, 노동개혁 나서야"
2년전 김광두·김상조와 3인 좌담회에서 정규직 노조 비판 '눈길'
문재인정부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2년 전 한 좌담회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옆에 있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문제라고 정확하게 말씀하셔야 한다"고 거들었다.

문재인정부 경제팀 진용이 갖춰지면서 2015년 7월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던 이 좌담회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좌담회에는 보수 측을 대표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진보 측을 대표하는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참석했다. 이들 3개 단체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실문제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합동토론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마련된 자리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 교수는 정책실장에, 김 원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각각 임명됐고 김상조 소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새정부 경제팀 핵심위치에 오른 3인이 한국경제 현실과 해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던 이날 좌담회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장 실장은 좌담회에서 "원천적으로 분배가 극도로 불평등한 것을 그대로 두고 정부가 (복지지출 등)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것은 현재 불평등의 심각도와 재정구조를 봐서 현실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불평등 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시장에서 임금의 극심한 불평등 구조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며 그런 점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은 논점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소득의 불평등 해소 없이 배당이나 이자 등 재산 불평등을 해소해봐야 전체 불평등을 해소하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경제정책 방향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운 바 있다. 장 실장은 "(임금 불평등 문제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니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정부는 예산 재분배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사회가 젖어 있다"며 "원천적 분배를 바로잡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는 재분배만 가지곤 한국사회가 불평등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정부가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직접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장 실장은 또 "진보 진영이 임금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같은 일을 하고도 어떤 이는 1억원을 받고 다른 이는 3분이 1, 4분의 1 수준의 임금을 받는 구조를 바꾸지 한고선 다음세대에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판이다.
김 후보자도 "보수와 진보가 합의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진영 내에서 그동안 알면서도 말하지 못한 금기에 도전해야 한다"며 진보 진영의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시민단체에 오래 몸 담아왔던 김 후보자가 시민단체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 눈길을 끈다.
김 후보자는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집중하는 문제만 고민을 하다보니 국민경제나 사회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가 부족하다"며 "야당이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요구를 쓸어 담아 열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유권자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경제단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던 재벌총수 사면 움직임과 관련해 경제단체 임원이 '총수가 없으니 투자가 어렵다'고 한 발언에 대해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을 한 것"이라며 "총수를 풀어준다고 필요 없는 투자를 하다면 그 기업은 망해야 할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도 "평소엔 시장논리를 주장하다가 총수를 풀어줘야 투자한다는 것에 정치권과 정부가 동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관료사회에 대해선 3인 모두 비판적이었다.
김 후보자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관료들의 보신주의"라고 꼽으며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정책인데도 보고서를 받아 볼 한사람(대통령)을 위해 정책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실장은 "경제 고위관료들은 합리적이고 똑똑하지만 소신을 지키기보단 정권 입맛에 맞춰 역할을 바꿔가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영혼 없는 관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같은 현상이 1997년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방안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 위기의 징조"라고 우려했다.
김 부의장은 IMF외환위기 당시 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이 펴낸 '한국보고서'에서 'NATO(No Action, Talk Only: 말만하고 실행은 없다)'를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던 것에 빗대 "지금 상황은 NARO(No Action, Report Only)"라고 표현했다. 정책 리포트는 쏟아지지만 실제로 하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는 얘기다.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마련에 참여했던 김 부의장은 "학자로서 논리와 방법을 제공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집행하는 사람이 받아주지 않아 역할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자는 '김종인 박사의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경제권력이 너무 커졌으니 그 위에 정치권력을 세워 경제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요체'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경제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정부의 시혜적 도움이 아닌 자기 스스로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