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고야의정서와 지속가능한 발전

2017-06-22 11:02:00 게재

지난 5월 19일은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연구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뜻 깊은 날이었다. 외교부가 유엔사무국에 ‘나고야의정서 비준서’를 기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8월 중순부터 생물자원을 이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정하게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된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은 풍부한 생물다양성에서 얻어지는 생물자원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산업계에 있어 기회이자 위기이다. 생물자원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해외의 생물소재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로열티 상승이나 수급 불안정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탓이다. 따라서 해외 생물자원 의존도가 50%가 넘는다고 알려진 우리 바이오산업계는 ‘나고야의정서’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다. 당장 중국의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최대 10%의 로열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바이오산업 발전, 함께 가야  

여기에 더해 바이오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주원료인 생물자원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제 경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선점하려면 생물자원의 지속적인 확보와 이의 유용한 활용을 위해 산·관·연이 협치 기반을 공고히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우선, 생물다양성 보전을 바탕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발굴된 종에 대해서는 ‘우리 것’이라는 기원을 명시하여 목록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수입된 생물자원과 우리나라의 생물자원 현황에 관한 정보를 한데 모으고 이를 산·학·연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가야 한다. 생물자원 제공국의 법률을 확실히 이해하고 사안별로 대응체제를 구축해나가는 한편, 이렇게 모인 정보를 축적하는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일은 생물자원의 이용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공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가 가져온 혜택의 이면에는 ‘생태계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있었기에 언뜻 보면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은 그 이름에 ‘바이오(bio)’라는 말이 들어가는 만큼 생물다양성을 근간으로 생물과 생물의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바이오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공급 조절 지원 문화 등의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을 원천으로 한 생물자원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생물자원 발굴과 이용이 아무리 시급하고 중요하더라도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섣불리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생물자원의 채취·활용은 생물다양성이 보장된 수용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지속될 수 있으며 현 세대를 넘어 미래세대가 생물로부터 얻는 혜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자생생물종을 발굴하여 우리 것으로 목록화하고 생물종 조사·발굴을 통해 밝혀낸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관리하며 황근·미호종개 등 멸종위기 생물의 복원에 앞장서는 등 다방면의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해 나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생물다양성은 풍부하나 발굴·보전 기술력이 요구되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몽골과 같은 해외 생물자원 부국과의 공동 조사연구를 통해 그 나라 자원의 발굴과 보전에 기여하면서 생물자원의 원활한 이용을 위한 국가 간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모든 이가 생물다양성의 혜택 누려야 

7월 6일 국립생물자원관은 유전자원 제공국 및 이용국의 법과 관련 정책 정보를 바이오산업계와 공유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우리 기업이 나고야의정서 체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신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는 나고야의정서 비준 뒤 유전자원에 관한 국내외 정보의 취합·조사·제공을 담당하게 되는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가 생물다양성은 확실히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체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닦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산업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 생물은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신음해왔다. 그러나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라는 옛말처럼, 위기로 다가오는 나고야의정서는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온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기회일지 모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해나감으로써 우리 국민이 모두가 생물다양성의 혜택을 만끽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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