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난항
유가족 등 "화랑유원지에 조성"
유원지 인근주민들 "절대 안돼"
찬반 팽팽 … 30일 회의서 결론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인 경기도 안산이 이번엔 세월호 추모공원(가칭 4.16안전공원) 건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있는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화랑유원지 인근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찬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안산시는 찬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수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28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30일 '4.16 세월호참사 안산시 추모사업협의회' 최종 회의를 열고 세월호 추모시설 조성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제종길 안산시장이 위원장을, 전명선 4.16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무조정실·안산시 관계자, 시의원, 주민대표, 전문가 등 모두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협의회는 그동안 열여섯 차례 회의를 열어 추모공원 위치와 콘셉트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부지 선정문제부터 벽에 부딪혔다. 세월호 유가족과 4.16안산시민연대측은 화랑유원지에 희생자들의 납골 등 추모시설과 문화·휴식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추모공원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유가족 등은 이달 초 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화랑유원지가 희생학생 250명이 다닌 단원고등학교와 인접해 있고 학생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3주기인 4월 16일부터 5월말까지 서명운동을 벌여 3만여명의 서명부를 제종길 안산시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화랑유원지 인근지역 아파트·연립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최근 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시민 3만7565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제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놀이공간이자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화랑유원지에 납골당이 포함된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화랑유원지에 추모시설이 건립되면 물리력을 동원해 막겠다"고 밝혔다.
안산시는 난처해하고 있다. 안산시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 경청회, 토론회, 이해관계인들과 간담회 등 수차례에 걸쳐 의견을 나눴지만 찬반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협의회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오는 30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되 장소 등을 결정하지 못하면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중앙정부에 올리는 방안 등 4가지 안건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찬반 양측과 물밑 접촉을 벌이는 등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오히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위치와 시설내용 등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올리는 것까지가 협의회의 역할"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중앙정부가 국가차원의 넓은 틀에서 합의를 도출해 4.16안전공원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