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청 '마을선생님', 지역사회 공동체 구축
95세 교사, 일제강점기-한국전쟁 강의
전문성있는 마을주민 교사위촉해 체험교육
아이들의 눈길을 끈 마을선생님은 올해 가장 고령인 정필화 옹(95세)이 들려주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생생한 인제군 역사다. 정필화 옹은 일제 강점기에 인제에서 소학교 다닌 후 지방공무원으로 재직한 지역역사의 산 증인이다. 아이들은 "우리 지역의 역사와 교육의 변화된 과정을 자세히 알게 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상남중학교 시범수업은 1교시 인제군 역사와 교육을 시작으로 인제 뗏목아리랑 소개, 요리, 문화, 작은 음악회 등 5개 분야로 진행됐다. 수업을 진행한 마을선생님은 모두 9명. 작은 학교지만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일일학교 배움터가 펼쳐졌다.
2교시 수업은 시 낭송가인 박돈녀(69세) 마을교사가 맡았다. 박 교사는 님의침묵 제1회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자로 뽑힌 시 낭송 분야 전문가다. 현재 시낭송 강의 및 활발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3교시는 인제뗏목 아리랑 보존회장인 권원희(인제 농협장 79세) 마을선생님이 인제뗏목의 역사와 의미를 전해줬다. 점심시간 공연을 마친 아이들은 오후 수업에 최병헌 시인(남. 72세)의 문학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최 마을교사는 인제군청에서 근무하다 퇴직, 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마을선생님 제도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마을 주민을 학교 교사로 위촉해 다양한 체험과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강원도교육청만의 '특허' 교육방식이다. 이번 시범수업은 지난 5월 인제 마을선생님 위촉식(14개 분야 총 75명) 후 인제교육지원청과 인제 마을선생님 추진위원회가 협력해 마련했다.
오세헌 인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우리 아이들이 지역의 마을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내 고장을 바로 알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시범 운영을 바탕으로 인재군 모든 학교에서 '마을선생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을선생님', 지역사회와 교육 상생 묘수풀이 = 강원도교육청이 추진하는 '2017 강원도형 마을선생님'은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공동체 교육 확대에 목표를 두고 있다. 마을의 인적 역량과 물적 자원을 교육에 활용, 마을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마을교육공동체는 '온마을학교', '학교협동조합 설립', '행복교육지구', '마을선생님'을 중점과제로 실천하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농산어촌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대안마련에 나섰다. 이중 하나가 '작은학교'와 '마을선생님'제도다. 지역사회 인력과 자원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교육을 통한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이들의 진로탐색과 전문분야 수업을 위해 전문교사와 강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을선생님'제도는 묘수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을선생님은 정규 교육과정안에서 협력수업, 체험학습의 멘토, 취약시기의 특강,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축된 마을선생님은 9월에 전원형 마을선생님 구성을 모두 완료하고, 도시형 마을선생님은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구축할 계획이다.
이용훈 강원도교육청 중등교육과정 장학관은 "마을선생님은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지역 거주자로 교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전문분야 수업을 아이들에게 채워주고 있다"며 "마을과 교육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기회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