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로 고용없는 성장"
2017-07-13 09:59:13 게재
파이터치연구원 연구보고서 … 내부거래 원칙적 공개입찰 요구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라정주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지속되면, 총생산은 증가하지만 총노동수요가 줄어 '고용 없는 성장'을 유발한다"며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 13.24%에서 2015년 11.7%로 감소했으나 2015년 금액기준(159조6000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중(22.1~24.52%)은 상장사 내부거래 비중(7.7~8.62%)보다 훨씬 높다.
라 위원은 "미성숙된 시장에서 성숙된 시장으로 전환됐음에도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지속되면, 총생산은 늘어나는데 총노동수요는 줄어들게 되는 '고용없는 성장'이 유발된다"면서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현상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라 위원의 분석 결과, 성숙된 시장에서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를 개방해 독립기업에 입찰참여 기회를 제공하면, 생산(GDP)과 자본이 각각 184조5000억원, 146조원이 늘어나고, 고용은 151만4127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가 발생되는 이유로 라 위원은 내부거래를 개방하면 독립기업에 입찰참여 기회가 제공돼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독립기업이 모두 다 시장에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미성숙된 시장의 경우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를 개방해 독립기업에 입찰참여 기회를 제공해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라 위원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원칙적으로 공개입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장이 발달되지 않아 부담해야 될 거래비용이 현저히 클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수의계약 사유서를 작성해서 관련 정부부처에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입찰 관련 정보를 참가자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해야 하고, 부당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집단은 SK(24.2%), 포스코(18.8%), 태영(18.5%), 현대자동차(18%), KT(15.6%) 순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사업시설관리·조경서비스업(64.5%),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통합·관리업(63.6%), 정보서비스업(53.4%), 부동산업(52.9%), 사업지원서비스업(50.7%) 순으로 모두 서비스업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2%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4.6%로 약 3배 더 높다.
특히 2015년 말 기준으로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인 반면 총수 2세 지분율이 100%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9.4%로 약 5배 더 높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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