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기리며 대장정·별빛산행

2017-08-14 10:43:11 게재

서울 자치구 '광복 72주년' 맞이

독립·민주유공자 임대주택 공급도

#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빈테리야씨와 베트남 유학생 로이씨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본 뒤 성북구 심우장으로 향한다. 이틀 전 심우장에서 출발,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 속초시를 거쳐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과 홍성군 만해 생가 터까지 둘러본 참이다.

# 서울 중랑구 주민 815명은 14일 저녁 7시부터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방문, 만해 한용운과 위창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12명 묘역을 걷는다. 8.15 시극 공연 등 주민들이 마련한 조촐한 기념식도 치른다.

서울 자치구가 광복 72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 주민들과 함께 광복절 의미를 되새긴다. 독립운동가, 애국지사와 관련된 지역 자산을 활용, 틀에 박힌 기념식을 넘어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해에 이어 만해 한용운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2박 3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서대문구와 충남 홍성군, 강원도 인제 속초 고성까지 '만해 안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협의회'와 동국대 만해연구소가 함께 한다. 선사가 태어난 생가터부터 수행했던 건봉사 신흥사, 입적한 심우장까지 유적지와 함께 독립운동 성지인 독립기념관과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게끔 순례길을 구성했다. 올해는 특히 외국인 유학생 10명이 참여해 만해의 평화정신과 도전정신을 배우고 이름 없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기린다.

청년들은 14일 저녁 출발지였던 심우장으로 돌아와 사흘간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암흑같은 일제 치하에서 독립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던 만해의 삶은 국경을 초월해 청년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며 "선생을 따라 평화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름없는 독립운동가들도 함께 기억하는 대장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독립운동가 묘역 순례는 상봉1동과 망우본동 신내1·2동 주민들이 마련한 행사. 공원 내 사색의 길 5.2㎞ 가운데 인문학길에 잠든 12명 애국지사를 만나는 시간이자 주민 화합을 다지는 장이기도 하다. 중랑구는 지난 2012년 한용운 묘소에 이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등 묘소도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있어 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진구 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이 그간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주민들이 즐겨찾는 지역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수많은 애국지사와 유명인사가 잠들어있는 공원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역사문화관을 조성, 역사·문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14일부터 이틀간 형무소역사관에서 광복의 기쁨을 되새김질하는 '독립민주축제'를 연다. 독립·민주인사 발도장 찍기부터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콘서트, 시민이 만드는 역사체험 '독립운동가 구출대작전' '1박 2일 옥사체험' '역사연극 하얼빈에서 온 비밀편지'와 함께 여성 독립운동가 293인을 추모하는 행진이 예정돼있다. 특히 올해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친손자를 포함해 국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40여명이 역사관을 방문한다.

구는 축제에 앞서 14일 오전 독립운동가 김동만 선생 손자인 김성생(77)씨 등 독립·민주 유공자 가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나라사랑채' 입주식을 열었다. 나라사랑채는 전용면적 29~49㎡ 14가구로 구성돼있고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 5.18민주화유공자 가족이 입주한다. 문석진 구청장은 "지금 세대에 바른 민족의식과 역사관을 전하고 독립·민주정신을 되새기며 나아가 평화통일로 향하는 시민의식을 함께 키워나가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와 도봉구는 15일 주민들 모금으로 마련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금천구청 앞 광장에 설치될 소녀상은 기존 모습과 달리 왼손에는 번데기를 오른손에는 나비를 날리며 서있다. 상처받은 과거의 영혼과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도봉구는 소녀상과 함께 일제강점기 창동에 거주했던 독립운동가 가인 김병로와 고하 송진우, 위당 정인보를 담은 '창동 3사자 동상'을 주민들에 선보인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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