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환경차 레이싱, 선택이 아닌 필수

2017-12-21 10:55:42 게재
김정환 환경부 교통환경과장

세계 자동차시장은 빠르게 친환경차 경쟁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9월에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300개의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약 27조원을 투자한다. 여타 제작사들도 친환경차 출시 목표를 세웠다. 대대적인 투자계획도 앞 다퉈 발표했다. 향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친환경차 레이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은 각국 정부의 정책동향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선진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대기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 온실가스와 배출가스 함께 고려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역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가 주력산업인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 재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내연기관차 중심 구조를 넘어서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계속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에 수립한 '그린카 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기술개발 지원, 충전인프라 확충과 함께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와 수소차의 개발·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를 공급이 제 때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구매 지원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 내지 병행이 필요하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는 지난 정부에서 검토하다가 2021년으로 시행을 연기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연장선에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이 온실가스 배출만 고려했다면, '친환경차 협력금'은 온실가스와 배출가스를 함께 고려하는 제도다. 지난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유관부처가 함께 이 제도를 설계하여 2019년에 시행시기와 방안을 정할 계획이다. 지난 11월에 제도 설계를 위한 연구를 착수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유관부처는 물론 자동차 업계, 시민사회와 함께 친환경차 보급실적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제도를 만들 예정이다.

이처럼 첫걸음을 시작한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를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차량 판매가격이 변화할 경우만을 상정하여 국산차와 수입차 간 수요 이동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구체적인 방안도 나오지 않은 '친환경차 협력금제도'와 연결 짓고 있다. 그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결국에는 저소득층 국산차 소비자의 돈을 걷어 고소득층 수입차 소비자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친환경차 협력금제도'의 시행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부처, 업계 등과 함께 친환경차의 보급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에는 국내 업체의 출시계획을 감안할 때 국산 친환경차의 종류도 현재의 두 배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의 경쟁력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차량 구매자를 저소득 국산차 소비자와 고소득 수입차 소비자로 양분하는 전제도 우려스럽다. 국산차 구매자를 저소득층으로 국한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차량가격, 운행비용,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입차를 선택한 자들까지 모두 고소득층으로 의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하는 계기

우리는 과거 자동차의 배출기준, 연료의 품질기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업계의 많은 우려와 반대를 겪었다. 하지만 업계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규제를 준수해 나가면서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았다. 친환경차 전환이라는 세계시장의 큰 흐름에서 우리 기업이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지금은 업계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 업계의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겠다. 관련 인프라의 지원 역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

김정환 환경부 교통환경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