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신규계좌 개설 사실상 '폐쇄'
은행들 가상계좌 안늘려 … 외국인·미성년자 빠진만큼 제한적 신규가입은 가능

30일 가상화폐 취급업소와 계약을 체결한 신한·농협·기업은행은 이날 취급업소의 회원명과 은행계좌의 명의인이 동일인인지 실명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취급업소에 제공하는 가상계좌는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신한은행은 빗썸, IBK기업은행은 업비트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제공했던 기존 가상계좌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더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금융당국이 거래실명제를 예고할 당시부터 가상화폐 신규거래를 위한 계좌개설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가상화폐 취급업소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은행에 계좌를 둔 투자자들은 출금만 가능하고 더 이상 입금을 할 수 없어 거래가 막히는 셈이다.
따라서 신한·농협·기업은행에 계좌가 있으면서 이들 은행과 계약을 맺은 취급업소에 같은 명의로 회원가입이 된 투자자만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규 가입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과 미성년자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못하기 때문에 은행과 취급업소간 실명전환 과정에서 거래가 중단된다. 취급업소는 은행이 가상계좌를 더 늘려주지 않더라도 외국인과 미성년자가 사용했던 가상계좌만큼 여유가 생기게 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남는 가상계좌를 신규 회원에게 제공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취급업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은행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취급업소가 외국인과 미성년자 등 자격요건 문제로 빠진 회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신규 회원을 받더라도 대상자는 제한된다. 일단 취급업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계좌가 없으면 신규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최근 대포통장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발급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어 쉽지 않다. 은행들은 계좌 개설목적과 증빙서류를 요구하는데 가상화폐 거래는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주부나 대학생 등은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워 신규 계좌발급이 제한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계좌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유지하고 있어 주부 등 일정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취급업소는 기존 회원들에 대한 실명전환 이후 가상계좌 여유분을 확인해 신규 회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취급업소에서 회원들의 실명확인을 요청하면 계좌 명의인이 맞는지 확인해주는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 취급업소의 경우 실명확인 요청이 몰릴 경우 전산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신규 계좌개설이 사실상 막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불만이 정부로 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강화하자 은행들이 취급업소와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확대하지 않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은 실명확인만 해주는 것이고 신규 회원 문제는 취급업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상계좌 제공을 확대하지 않으면 취급업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전체 회원 규모는 증가하기 어렵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신규 회원 가입이 막히고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 3곳으로 제한되면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기 어렵다"며 "취급업소 폐쇄를 살아있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둔 상태에서 세금 부과 등 투자 열기를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