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다산에게 길을 묻다│경기도 시흥시 '골목자치' 제9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주민(住民)에서 주민(主民)으로 … 골목자치 꽃피다
주민자치회 실험 성공적, 올해 17동 전면 실시
다다커뮤니티센터,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
마을관리기업·동네관리소, 사회적 기업 성장
경기도 시흥시 옛 대야동 주민센터(복지로 37) 건물. 공무원들이 일하는 주민센터 대신 '다다(多多) 커뮤니티센터'라는 다소 생소한 간판이 붙어있다. '다다'는 말 그대로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소통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뜻이다. 이 곳에는 대야동 골목자치의 산실인 주민자치회 사무실이 있다. 1층에는 주민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자리하고, 한쪽 벽을 활용해 동네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한다. 2층은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이 찾아와 공방이나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꿈의 학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마을학교' 등이 배치돼 있다.
아직은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소화하는데 서툴고, 시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반쪽짜리 '자치'다. 하지만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통해 '골목자치'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 행정참여폭 넓어져 =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은 대야동 주민자치회장인 박종식(55)씨다. 박 회장은 2017년부터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야동주민자치회는 지역대표 22명과 직능대표 9명, 주민위원 4명 등 3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을 8권역으로 나눠 대표를 선정하고, '마을주민자치회'를 구성한다. 이들이 모여 대야동주민자치회를 구성한다. 사실상 협의체 형태인 셈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주민자치회가 자리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지역현안에 대해 주민들이 해결방안을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에 마을 주요사업 결정권한을 준다는 말이 돌자 전직 시의장이 초대회장을 맡는 등 예산이나 사업에 관심이 많은 소위 '완장'들이 자치회에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시의회의 견제도 많이 받았다. 기존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의 다리걸기도 만만치 않았다. 자치회 위원들의 연령대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것도 시행착오를 겪게 했다. 세대 간 시각차이로 사소한 문제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지금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박 회장은 "골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부족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행정공무원과 지역정치권"이라고 말한다.
성과는 있다. 주민들이 행정에 참여하는 폭이 넓어졌다. 매년 2번 여는 주민설명회는 마을 현안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마을의 빈공간을 활용해 간단한 집수리와 필요한 공구를 대여하고 있는 동네관리소는 지난해 400여건을 처리했다.
시에서 위탁을 맡은 주민출자회사인 다다마을관리기업은 날로 성장 중이다. 다다마을관리기업은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6명을 채용해 가로청소위탁을 맡는 방식으로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물탱크청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는 11개 구역 가로청소를 맡을 예정이다. 이웃 월곡동 가로청소까지 맡고 있다. 현재는 직원이 65명이나 된다. 다다마을관리기업과 동네관리소는 지난해 통합돼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종목표는 지방분권 = 시흥시 '골목자치'의 골간은 주민자치회다. 권응서 시 기획평가담당관은 "지역과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살 주(住)' 주민이 아닌 '주인 주(主)'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지난해 시흥시는 대야·신천·정왕1동 3개 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실시했다. 올해는 17개동에 전면 실시한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주민자치회의 동 행정사무에 대한 협의기능을 명확히 하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은 자치회에 위탁할 방침이다. 주민들의 예산편성권한도 늘어난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이 44억원이었지만, 올해에는 주민들이 내는 주민세 12억6000만원 전액을 생활자치사업예산으로 편성해 주민편성 예산규모를 늘렸다. 자치회 위원의 주민대표성도 강화한다. 지역대표와 직능대표, 주민참여위원으로 구성하고, 현직 통장 등은 자치회에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위원들은 일정한 수의 지역주민에게 추천을 받지 못하면 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다.
동네관리소 또한 이미 가동 중인 11개소를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동네관리소는 당초 일반 주택단지에 있는 폐가나 공가문제,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인 가정별로 구입하기 힘든 생활 공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집수리도 대행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 주택단지들의 마을사랑방(동네 복합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한다. 앞으론 아동돌봄 등 마을관리기업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공무원조직도 다시 짰다. '주민자치국'을 신설해 주민들의 '골목자치' 활동을 본격 지원하고 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시흥형 '골목자치'의 최종 목표는 지방분권"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와 나누는 것이 아닌 '주민'에게 돌려주는 게 진정한 지방분권"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터뷰│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시흥시 권한을 오롯이 시민에게"
▶ [새 대표정책│시흥아카데미] 전문지식 배우고 지역문제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