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광시장 미래 먹거리는 '의료'

2018-06-08 10:40:05 게재

러시아 극동지역 상담설명회 당일 환자의뢰

민관협력 '나눔의료' … 9월엔 팸투어 계획

"아내가 한국을 가더니 내시경 진료를 끝내고 왔어요. '당신도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하더라구요."

알렉산드로 블라디미로비치 러시아 하바롭스크 주립 검진센터 내시경진료과장은 병원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한국 의료진에 비슷한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그는 "진료영상을 바로 전송해줘서 살펴봤는데 잘 됐더라"며 "편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료를 받는데 한국이 가장 효과가 좋다"며 "젊은 의사들이 한국 대학병원에서 연수받고 협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함께 하바롭스크를 방문한 의료기관이 현지 의료관광 관련 기관과 현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장기 체류하고 씀씀이 커 = 서울시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의료관광에 주목, 가까운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특히 다른 나라 환자보다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입원 환자 1인당 진료비도 외국인 환자 평균보다 높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을 찾은 러시아 환자가 평균적으로 입원해있는 날은 13.1일로 전체 외국인 환자 평균 9.2일보다 이틀정도 길다. 입원환자 한명이 쓴 진료비는 평균 1843만원. 외국인 환자 평균 1312만원보다 500만원 가량 많다. 외래 환자를 포함해 러시아 의료관광객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41만원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가 지출한 236만원보다 44% 높다. 의료관광은 일반 관광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데 러시아는 그 중에서도 알짜배기 시장인 셈이다.

한국은 러시아인들이 믿고 찾는 의료관광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드와 루블화 하락, 비자 문제 등으로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 수가 줄었는데 러시아는 되레 늘었다. 러시아는 의료관광객 증가 폭이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2009년만 해도 1042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는 1만3368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의료관광객은 각각 9329명과 5488명에서 2만3737명과 2만3393명으로 늘었다. 단순히 증가속도로만 따지면 머지않아 역전될 양상이다.

실제 한국은 심장질환 위암 간암 대장암 간이식 치료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장질환 치료의 경우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3 수준이고 5년간 암 생존율은 의료기술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달 17일 서울시가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진행한 하바롭스크 현지 상담회에서도 러시아인들의 관심이 확인됐다. 민간 의료기관과 의료관광객 유치기관 10곳이 참여한 '서울의료관광·비즈니스 현지상담회'에 현지 의료관광 관련 34개 기관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나탈리아 예레가 리더투어 매니저는 "일반 관광 업체인데 최근 의료관광이 확대되고 있어 상담회장을 찾았다"며 "거리가 가깝고 전문 의료진이 많아 서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터파크나 스파·마사지는 물론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놀이기구 등 즐길거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채레미시나 옐레나 달리제어 여행사 대표는 "한국 의료관광이 한동안 주춤해졌는데 다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병원쪽과 직접 협약도 맺고 싶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이날 2시간동안 총 123건을 상담했는데 5월 말 현재 계약과 양해각서 체결만 11건에 달한다. 한 대학병원은 상담 직후 환자를 의뢰받았고 한 유치기관은 환자 송출과 관련해 계약 4건을 맺기도 했다. 주립 검진센터와 협약을 맺은 우리들병원 관계자는 "당장 환자가 밀려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극동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검진센터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립암센터와 양해각서를 논의한 중앙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설명회나 상담회도 하지만 서울시가 나서면 훨씬 신뢰감이 크다"며 공공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관 협치로 효과 극대화 = 서울시는 의료기관 61곳, 관광 관련 서비스 제공 기관 38곳까지 서울의료관광 협력기관과 손잡고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우수한 민간 자원에 서울시라는 신뢰도 높은 상표를 더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다. 의료분쟁 조정상담, 불법 중개인 신고 등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담창구, 진료수가와 배상책임보험 가입 정보공개, 공항 마중·배웅 등 의료관광객만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서울의 우수한 의료자원을 알리는 방법도 여럿이다. 6월에는 하바롭스크에 이어 중국 선전에서 해외 설명회가 계획돼있고 특히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초청해 치료하는 '나눔의료'가 8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태명 서울시 관광사업과장은 "하바롭스크가 서울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적기에 찾은 것 같다"며 "서울의료관광이 극동지역을 비롯해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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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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